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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4495만원? 고삐 풀린 강남 재건축

    입력 : 2016.03.30 19:46 | 수정 : 2016.03.30 20:28

    분양가 기록 경주하듯 갈아치워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끌어올려
    대규모 미분양 사태 발생하면
    주택시장 전체 동반 침체 가능성

    “아무리 강남(江南)에 짓는 새 아파트라지만 3.3㎡(1평)당 4000만원 넘으면 비싸지요.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재건축조합은 다 팔릴 테니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서울 강남에서 20년 넘게 중개업에 종사한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주택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는데 강남 재건축 분양가는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감을 못 잡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 모델하우스에서 관람객들이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이 중 전용면적 49㎡ 아파트의 최고 분양가는 3.3㎡당 4495만원에 이른다./ 삼성물산 제공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1만4000여가구의 재건축이 추진 중인 개포동에서 처음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전용면적 49㎡ 분양가격이 3.3㎡당 최고 4495만원으로 책정돼 논란을 빚고 있다. 이는 같은 주택형으로 역대 최고가였던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4164만원)보다 300만원 이상 비싸다. 전용면적 49㎡ 아파트는 공급 면적 기준으로 20평 정도인데 9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59㎡(24평) 분양가도 10억4000만원이다.

    일각에선 “새 아파트가 고분양가를 책정하면 주변 집값까지 덩달아 올라 서민·중산층 내집 마련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최근 고분양가는 주거 환경이 좋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 국한된 현상이어서 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3.3㎡당 4000만원 이상 속출

    고분양가가 논란이 되는 것은 주변 집값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주택 경기가 호황을 누렸던 2000년대 중반 고분양가는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새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높게 책정되면 주변 아파트 가격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5년 8월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해 새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했다가 지난해 4월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택지(宅地)에 짓는 아파트는 폐지했다. 그 이후 고분양가 경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3.3㎡당 분양가격이 4000만원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속출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작년 10월 서초구 서초동에 분양한 ‘래미안 서초에스티지S’는 3.3㎡당 3850만원, 같은 달 서초구 반포동에 분양한 ‘반포센트럴푸르지오 써밋’은 3.3㎡당 4040만원을 기록했다. 11월에는 반포동에서 ‘반포래미안 아이파크’가 당시 역대 최고 분양가(3.3㎡당 4240만원)에 공급됐다. 두 달 뒤인 올해 1월에는 GS건설이 서초구 잠원동에서 ‘신반포자이’를 분양하면서 평균 분양가를 3.3㎡당 4290만원으로 책정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30일 1순위 청약을 받은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분양가도 만만치 않다. 이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3760만원으로 4000만원이 안 된다. 이는 일반 분양분에 중대형 주택이 많아서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만 따지면 평당 분양가격이 평균 4300만원으로 역대 최고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 분양가가 경주하듯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분양에 성공하면 개포동 일대 재건축 분양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분양가, 계약자 피해로 이어질 수도

    현재까지 강남권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아파트는 대부분 분양에 성공했다.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던 ‘신반포자이’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8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문제는 분양가격이 언제까지 계속 오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계속 오르다가 특정 단지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면 주택 시장 전체가 동반 침체에 빠지고 청약한 수요자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0월 부산 지역 역대 최고인 3.3㎡당 평균 2730만원에 분양됐던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경우 평균 17.2대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하지만 110가구가 1·2차 계약금 중 2차분을 내지 못해 1차 계약금(5000만원)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분양권 전매로 시세 차익을 보려던 투자자들은 당첨 후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거나 생각만큼 웃돈이 붙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한다”며 “고분양가가 미분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조합원과 건설사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올해 주택 시장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 있는 만큼 강남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분양가격이 무차별적으로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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