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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설사, 수도권에 깃발 꽂기… 정비사업 틈새 공략

    입력 : 2016.03.06 23:29

    규모 작아 대형사들이 꺼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 활발
    빈약한 브랜드 파워 극복하고 지방에서 성장해 전국구 발돋움
    임대 관리·고급 사우나 등 신사업 발굴 통해 사업 다각화

    올 1월 말 열린 서울 중랑구 면목6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장. 호반건설, 쌍용건설, 한진중공업 등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밖 중견건설사 13곳의 정비사업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정비사업이란 낡은 주택·공장 지역을 철거하고 새 아파트와 아파트형 공장 등을 지어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면목6구역 사업장은 서울 용마산로 213일대 1만1828㎡에 237가구를 짓는 소형 사업지로 공사 예정 가격이 436억원 정도였다. 한 참석자는 "사업 규모가 작아 대형 건설사들은 꺼렸지만 중견 건설사들은 이를 발판으로 서울 시내 정비사업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시공능력평가 10~30위권 중견 건설사들이 수도권과 서울 재개발·재건축 시장은 물론 신사업에까지 본격 뛰어들고 있다. 지방 틈새시장에서 짭짤한 실적을 챙겨온 중견 건설사들은 지난해 분양시장 호조에 힘입어 재무구조를 견실하게 해 자금 여력도 넉넉한 편이다.

    ◇중흥·반도건설,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 1조원 돌파

    중견 건설사들의 주 사업 분야는 택지(宅地)지구 신규 아파트 분양이었다. 하지만 호남 지역을 주 무대로 하는 중흥건설은 작년 4월 광주광역시 계림8구역 재개발 사업(2269억원)을 첫 수주한 데 이어 연달아 5건의 수주를 따내며 작년 한 해 정비사업 수주액 1조원을 돌파했다. 반도건설도 작년 부산과 대구, 광주광역시 등 지방 5곳에서 1조1924억원의 수주액을 달성했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정비사업 수주액이 1조원을 돌파한 곳은 GS건설·대림산업 등 5곳뿐이다.

    중견 건설사 재건축·재개발 수주 실적 외
    호반건설·우미건설도 작년 처음으로 정비사업 시장에 진출해 각각 경기 광명시 광명6동 재개발, 강원 춘천시 후평주공3단지 재건축을 수주하며 3000억원대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경영난으로 2012년 이후 주택 사업을 잠정 중단했던 한진중공업도 지난해 사업 재개 이후 서울 휘경1구역 재개발 등 5건을 수주했다.

    ◇지방 틈새시장에서 성장해 서울 입성 노려

    중견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시장 공략에 나서는 데는 내년까지 공공택지 개발이 중단돼 사업을 진행할 만한 새 땅 확보가 어렵다는 현실이 깔려 있다. 사업성 있는 토지는 지난해 상당 부분 소진해 남은 땅도 부족하다. 중견사들은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500가구 미만 지방 중소 사업장까지 진출해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보다 저렴한 시공비용과 다양한 특화평면, 주택공급 노하우 등이 중견사의 강점이다.

    중견 건설사들은 올해 '서울과 수도권 정비사업 시장 입성'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분양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1만2976가구) 중 중견 건설사 몫은 12.6%(1632가구)였고 나머지는 모두 10대 건설사 물량이었다. 김정호 반도건설 팀장은 "브랜드 파워가 빈약한 중견사들이 '전국구'가 되려면 서울에 '깃발'을 꽂는 게 긴요하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서울 정비사업 수주는 서울 시민에게 인정받는 건설사라는 의미"라며 "생존을 위한 중견사들의 수도권 정비시장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대 관리, 고급 사우나, 화장품 유통 등 다각화

    재개발·재건축과 무관한 새 업종을 신사업으로 키우는 중견 건설사들도 있다. 최근 주택임대관리업을 주력 신사업으로 선정한 한신공영신세계건설이 대표적이다. 신세계건설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공원 같은 '유원(遊園) 시설업'과 고급 사우나업 등을 새 먹거리로 추가했다.

    코오롱글로벌은 건강 보조식품과 화장품 판매·유통업 등을 신사업으로 확정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건설 부문과 별도로 상사 부문을 활성화해 최근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에 화장품 유통 사업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중견 건설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사업 다각화를 한 번 했으며 이번에는 구체적인 업종을 선택해 각론 각개약진을 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더불어 사업 다각화라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내실(內實)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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