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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전세 狂風' 주춤…수천만원 내린 곳도

    입력 : 2016.02.17 19:21

    1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작년보다 25% 감소

    “작년 가을만 해도 전세 아파트는 대기 수요가 많아서 매물이 나오면 바로 계약됐어요. 그런데 요즘엔 1~2개월씩 전세 매물이 쌓여 있는 경우도 있어요.”

    17일 서울 양천구 목동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목동 전세 시장이 확실히 달라졌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학군(學群)이 좋아 12월~다음 해 2월까지 겨울 방학 이사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노원구 중계동 등도 전세 시장이 조용하다. 일선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올해는 작년보다 전세 거래가 20~30%쯤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2009년 이후 가격과 거래에서 강세를 보여온 서울 전세(傳貰) 시장에 이상(異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전세 시장의 ‘척도’로 꼽히는 서울 강남 3구는 작년 가을보다 수천만원씩 전세금이 떨어진 아파트가 나오고 있다. 서울 전체로 전세 수요가 줄면서 거래량도 작년보다 20% 넘게 줄었다.

    아직 서울 전체로 보면 전세금은 상승 중이다. 하지만 상승률은 확연히 꺾였다. 한국감정원 조사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0.34%)은 2013년 이후 1월 기준으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과 木洞에 전세 가격 하락

    전세 시장의 변화가 가장 선명한 곳은 강남 3구와 목동 같은 ‘학군 우수 지역’이다. 여기에선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전세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매물이 나오면 즉시 소화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다르다. 전세 수요 자체가 줄어들면서 중개업소마다 전세 매물을 3~4건씩 보유하고 있다. 사정이 급한 집주인은 전세금을 2000만~3000만원씩 낮춰서 내놓고 있다. 실제로 양천구 목동 건영아파트(전용면적 84㎡)는 작년 말보다 전세금이 3000만원쯤 내렸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92㎡)도 3000만원 안팎 떨어졌다.

    전세 거래량도 감소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824건으로 작년(1만344건)에 비해 25%쯤 줄었다. 이달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3년 이후 매년 2월에 1만4000건 안팎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이달 17일까지 4300여건이다.

    半전세 늘고 재계약도 많아

    이 같은 전세 시장 변화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먼저 강남권의 전세금이 너무 높아 외부에서 유입되는 수요가 줄었다는 관측이다. 부동산리서치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의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각각 6억9142만원, 6억6330만원으로 서울 평균(4억원)에 비해 크게 높다. 서울 서초구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학기를 앞두고 외부에서 이사 오는 수요가 많았는데 올해는 거의 없다”며 “85㎡ 아파트 전세금이 7억~8억원으로 다른 지역 집값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강남 인근 위례신도시의 입주가 작년 말부터 본격 시작된 영향도 있다. 올해 위례신도시에선 80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인데, 현재 이 지역에서 세입자 ‘입맛’에 따라 전셋집을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전세 물량이 풍부하다.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위례사랑으로부영’의 경우 85㎡ 아파트 전세가 3억원대, ‘위례그린파크푸르지오’ 101㎡는 3억3000만~4억원 수준이면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전세금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 세입자들이 ‘반(半)전세’를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인정하고 집주인과 ‘반전세’ 계약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세 시장 향배 올 3월 이후 드러날 듯

    서울의 전세금 상승률이 다소 하락했고, 거래량 자체도 줄어든 것은 과거와 다른 현상이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금 비율)이 지난달 73.4%(KB국민은행 조사)를 넘어선 상황에서 전세금 상승 속도가 더뎌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 전세 시장의 향배는 다음 달 이후에 확실히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본격 이사철이 돌아오고 주택 매매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전세금이 강세를 보일 수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서울 전세금이 최근 3~4년 사이처럼 한 해 7~10%씩 오르지는 않을 것이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한 전세 가격이 오르고 전셋집 구하기도 계속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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