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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月貰 4곳 중 1곳이 月100만원 이상… 소비 위축으로 직결

    입력 : 2015.09.02 01:35 | 수정 : 2015.09.02 09:00

    ['高利 월세']

    -집주인들 "전세를 월세로"
    전세보증금 은행 이자보다 월세 받는 게 4배이상 이득
    -중산층도 '허리 휘청'
    月170만원 내는 강남의 50代 "외식 등 소비, 힘들게 됐다"
    -전문가들 분석은…
    "低금리 속 월세 전환 불가피… 충격 줄일 장치는 필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전용면적 115㎡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직장인 김모(50)씨는 올해 7월 집주인으로부터 전세 시세가 4억원 가까이 올랐으니 그에 해당하는 월세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고등학교 2학년인 자녀의 교육 문제 때문에 이사를 포기하고 매달 170만원씩 월세를 주기로 계약했다. 그는 "실(實)주거비 지출이 크게 늘어 외식 등 다른 소비활동은 꿈도 못 꾸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저금리 여파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급증하고 있다. 올 7월 기준 전국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45.5%)은 절반에 가까웠다. 2011년(33.5%)보다 12%포인트 정도 상승한 수치다. 전세 매물이 바닥난 상황에서 집주인이 제시하는 고리(高利)의 월세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1일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게시판에 월세 매물과 가격이 붙어 있다. 115㎡(33평)형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 5억원에 월 60만원이라고 썼다가 월세에 두 줄을 긋고 100만원으로 올렸다. 84㎡(25평)형도 당초 보증금 4억원에 월 50만원에서 월 80만원으로 고친 흔적이 보인다.
    1일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게시판에 월세 매물과 가격이 붙어 있다. 115㎡(33평)형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 5억원에 월 60만원이라고 썼다가 월세에 두 줄을 긋고 100만원으로 올렸다. 84㎡(25평)형도 당초 보증금 4억원에 월 50만원에서 월 80만원으로 고친 흔적이 보인다. 최근 전세금이 오르면서 월세도 치솟아 서울 반포에서는 월세 100만원 이상 아파트가 1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오종찬 기자
    서울 지역 월세 가구의 월평균 부담액은 80만원에 육박하며 4가구 중 1곳은 월 100만원 이상을 내고 있다. 이 같은 월세 부담은 세입자들의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이어져 중산층과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빠듯하게 하고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급자 우위에 세입자만 '울상'

    월세는 보통 전세 시세를 기준으로 보증금을 제외하고 일정한 이자율을 곱해 정한다. 문제는 이른바 '반(半)전세' 계약 급증으로 전·월세 전환율(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자율)이 지나치게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전국 전·월세 전환율은 연 7.5%로 시중금리 인하 추이를 반영해 매년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지방(8.6%)이 더 높은데, 충북·경북 등 일부 지역은 연 10%가 넘는다. 반대로 고가(高價) 전셋집이 많은 서울 강남 지역은 평균 6.3% 정도다. 대다수 지역에서 현재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연 1.7%)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월세 이자율의 상한(上限)을 기준금리의 4배수 또는 연 10% 중 낮은 값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 6월 기준금리를 1.5%로 낮췄기 때문에 연 6% 이상 받을 경우 위법(違法)인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규제하거나 단속할 수단이 없는 정부와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다.

    아파트 평균 월세 보증금과 월세. 전국 평균 전·월세 전환율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이 때문에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가 월세를 올리려는 집주인과 승강이를 벌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양모(45)씨는 2년 전 전용면적 85㎡ 아파트를 보증금 2억6000만원, 월 60만원에 입주했다. 그러나 최근 집주인이 월세를 80만원으로 33%나 올려달라고 요구해 속을 끓이고 있다. 서울 잠원동의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계약이 돌아오는 전세 물량의 절반 이상은 반전세 매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비 부담 급증… 소비 위축

    월세 상승으로 올 들어 가계의 주거비 부담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통계청은 올 8월 말 "2분기 가계의 주거비(월세) 지출이 월평균 7만3900원으로 작년 2분기(6만600원)보다 22% 상승해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주거비 부담은 소비 감소를 낳고 있다. 서울 용산에서 전용면적 45㎡ 오피스텔에 사는 이모(28)씨는 현재 60만원인 월세를 75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로 고민이다. 이씨는 "월세를 추가 부담하면 당장 생활비가 부족해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 6월 "월세 주거비가 1% 오르면 전체 가구의 소비 감소는 0.02%, 저소득층 가구의 소비는 0.09% 줄어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속에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흐름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면서도, 급격한 월세화에 따른 충격을 줄일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가계 입장에서 없던 월세 부담이 생기면 소비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월세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세입자 보호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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