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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9000만원 올려 주세요"…6년새 50% 치솟은 전세, 언제 안정될까

    입력 : 2015.08.30 19:13

    주부 박모(40)씨는 요즘 아파트 전세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올 11월 초 계약 만기를 앞두고 재계약을 하고 싶은데 그동안 전세금이 워낙 많이 뛰었기 때문이다. 2013년 10월 이사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 롯데캐슬’ 아파트 전용면적 85㎡ 전세 시세는 당시 3억2000만원. 하지만 지금은 4억1000만원으로 9000만원이나 뛰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같은 단지의 전세 매물을 알아봤지만 “전세는 씨가 말랐고 월세만 몇 개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입자들의 한숨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시작된 전세금 상승세가 6년 넘도록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크게 달라질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백약이 무효(無效)’였다는 점에서 주택 구입자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등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저금리·공급 부족에 치솟는 전세금

    전세금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건 2008년 말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다. 전세금은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2년 연간 10% 넘는 급등세를 보인 이후 2008년까지 6년간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2009년 봄 이사철부터 전세금이 뛰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당시 집값 상승 기대 심리가 완전히 꺾인 데다 ‘반값 아파트’로 불리던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기 위해 전세로 눌러앉는 무주택자들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2009년 3월 이후 올 8월까지 전세금이 떨어진 달이 한 번도 없다. 같은 기간 전세금은 전국 47%, 서울 50% 급등했다.

    전세난에 더 불을 댕긴 건 저금리와 주택 공급 부족이다. 시중 금리가 연 2%대까지 추락하자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돌리기 시작하면서 전세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김혜현 센츄리21 기획실장은 “월세는 수익률이 연 6~7%대로 은행 금리보다 3배쯤 높아 전세의 매력이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서울의 신규 주택 공급에 주요한 역할을 했던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이 3~4년 이상 중단된 것도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기 신규 아파트 분양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 입주 물량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부터 늘어난 신규 아파트가 본격 입주하는 2018년까지는 전세 시장 물량 공급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의 전세난이 2~3년 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세금이 매매가의 턱밑까지 차오른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는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80%를 넘었다. 서울에서는 사상 처음이다.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의 경우 3.3㎡당 전세금이 3000만원에 육박하는 아파트도 등장하고 있다.

    ◇전세 불안 내년에도 이어지나?

    전세금 급등은 거시 경제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치솟은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가구가 전세대출을 받으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올 상반기 현재 전세대출을 받은 가정이 약 80만가구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전세 가구(350만가구)를 감안하면 4가구 중 1가구꼴로 전세 대출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신규 전세대출 가구는 2011년 30만가구에서 지난해 43만가구로 급증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20만가구가 새로 전세대출을 받았다.

    정부도 전세난 해소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전세임대주택을 크게 늘리고 대학생과 신혼부부를 위한 저렴한 행복주택도 선보였다. 최근엔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 최장 8년간 월세로 살 수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도입했다. 하지만 행복주택은 최근에야 첫 입주자 모집에 들어갔고 뉴스테이는 내년이나 돼야 본격적인 공급이 가능해진다.

    수급(需給) 상황도 좋지 않다. 당장 하반기 서울 강남에서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 수요만 6000가구 이상 예정돼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대책도 전세 시장에는 악재다. 담보대출 강화로 주택 구입이 어려워진 무주택자들이 전세로 눌러앉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내년 입주할 아파트가 올해와 비슷한 2만가구 정도에 그쳐 전세 매물이 늘어나기도 어렵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임대시장에 전세물건을 추가로 공급할 수 없다면 전세 수요를 월세나 매매시장으로 분산시키는 것밖에 없다”면서 “월세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민간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한 과감한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 압력을 낮추려면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을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면서 “주택 구입비용에 대한 소득 공제를 지금보다 대폭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하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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