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13 03:03
[상반기 값 상승 30곳 중 절반이 영남권에 몰려]
지방 아파트 매매가 첫 3.3㎡당 1000만원 돌파
전문가도 "왜?" 갸우뚱 "하반기엔 상승폭 둔화될것"
올 상반기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기초자치단체 기준)은 대구 수성구였고 상위 30곳 중 절반이 대구와 부산, 포항 등 영남권에 몰렸다. 대구는 지방에서 처음으로 3.3㎡당 아파트 매매가격이 1000만원을 넘었고 부산 수영구와 해운대구도 1000만원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영남권 부동산 시장에 대해 '과열(過熱) 경보(警報)'를 내리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영남 주택 시장의 열기는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마지막 불꽃으로 보인다. 얼마나 더 갈지 확실하지 않지만 막바지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구·부산이 집값 상승세 주도
상반기 주택 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곳은 영남이었다. 12일 본지가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상반기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대구 수성구가 전국 평균(2.43%)의 4배에 가까운 9.51%로 1위에 올랐다. 수성구에 이어 동구(7.68%), 서구(6.16%), 달서구(5.78%) 등 상승률 1~4위가 모두 대구 지역이었다.
뿐만 아니다. 대구와 부산, 포항 등 영남 지역이 상위 30곳 중 절반을 차지했다. 경북 경산(4.85%)이 12위, 포항 북구(4.69%)가 13위, 부산 해운대구(3.9%)가 20위를 각각 기록했다.
대구 수성구는 지역 명문으로 꼽히는 경북고와 경신고가 있어 '지방의 대치동', '대구의 8학군' 등으로 불리는 인기 주거지이다. 올 상반기 수성구의 집값은 급등했다.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면적 129㎡ 시세는 작년 말 평균 6억7500만원이었지만 6월 말 현재 8억4000만원으로 24% 뛰었다. 3.3㎡당 아파트 매매가격도 1038만원으로 지방에서 처음 1000만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서울 도봉구(1013만원)와 금천구(1009만원)보다 높다. 수성구의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작년 말보다 10% 이상 집값이 뛰었지만 수요가 줄지 않아 매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968만원)와 해운대구(945만원)도 상반기 아파트값이 치솟으면서 3.3㎡당 매매가가 1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신규 청약시장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89.3대1로 전국 최고였다. 2위는 부산(62.3대1)이었다.
◇"지금이 高點, 하반기엔 꺾일 것"
전문가들은 영남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계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공급 과잉에 따른 혼란을 우려한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수요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는 탓이다. 대구만 해도 올해 1만3899가구, 내년 2만6780가구, 2017년 1만6960가구 등 향후 3년간 연평균 입주 물량이 2만가구에 육박한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내년 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 지역 입주 예정량은 7만6041가구에 달한다. 전국 25만2286가구의 30% 정도를 차지하며, 2017년에는 전국 물량의 35%에 이른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물량 앞에는 장사 없다"며 "대규모 공급 영향으로 연말 이후에는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청약 거품에 대한 경고음도 나온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수도권에서도 프리미엄(웃돈)을 노리고 영남 지역에 가서 청약을 많이 한다"며 "당첨되자마자 분양권에 수천만원씩 웃돈이 붙는 게 정상적인 시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구와 부산의 부동산 시장에 최근 몇 년간 매년 2만~3만가구가 공급됐는데도 과열 양상이 지속되는 것은 미스터리한 일"이라며 "이제는 최고점에 도달했으며 조만간 상승폭이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