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08 03:05
[부동산 인사이드] 초저금리에 거래 40% 증가… 거래액도 3조 육박 67% 급증
임대 수익률 4%전후로 매력
강남구선 50억~100억대 빌딩, 강북 30억~50억대 매매 활발
중소기업도 월세 부담 덜려 은행돈 빌려 사옥 마련나서
지난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9호선이 지나는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역 사거리. 갓 지은 12~15층 높이의 중형 빌딩 3개에 '신축 임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봉은사 바로 옆 골조를 드러낸 지상 11층짜리 건물에서는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공사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삐 오갔다. 이 건물과 나란히 선 5층짜리 한의원 건물은 1~2층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인근 Y부동산 관계자는 "불황으로 대형 빌딩은 공실이 많아지는 데 반해 중소형 빌딩은 오히려 신축이나 거래가 많이 늘었다"고 했다.
연 1%대의 초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100억원대 이하인 중소형 빌딩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40억~60억원대 중소형 빌딩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월세 부담을 덜기 위해 대출을 내 사옥을 마련하는 중소 규모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중소형 빌딩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소형 빌딩 거래 역대 최대
올 상반기 중소형 빌딩 거래 건수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최고치였다. 빌딩 중개 업체 리얼티코리아는 "상반기 서울 지역의 500억원 이하 중소형 빌딩 거래 건수는 501건으로 작년(359건)보다 40%가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거래 금액도 2조7600억원으로 작년(1조6500억원)보다 66.7% 증가했다.
올 상반기 1000억원 이상 대형 빌딩이 단 2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수치다. 특히 서울 강남구에서 100억원대 미만 소형 빌딩 거래가 활발했다. 오피스 중개 업체인 알코리아에셋이 올 상반기 서울 강남구의 300억원 미만 중소형 빌딩 거래량을 전수조사한 결과 94건(7223억원)의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 건수를 기준으로 작년 상반기(69건·6309억원)에 비해서는 36%, 재작년 상반기(53건·4402억원)보다는 77%가 많았다. 전체 거래의 81%(76건)는 100억원 미만인 소형 빌딩이었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는 "전체 94건 중 68%가 개인 투자자의 거래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 조모씨는 올 4월 65억원을 주고 논현동의 7층짜리 빌딩을 매입했다. 가수 장우혁씨도 5월에 61억6000만원에 청담동에 있는 6층 빌딩을 사들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청담·역삼·논현동 등지에서는 50억~100억원대, 송파구 문정·오금·방이·석촌동에서는 30억원대 중소형 빌딩 거래가 많다"며 "강북에서는 홍대가 있는 서교동과 연남동, 해방촌, 이태원, 성수동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을 중심으로 30억~50억원짜리 거래가 활발하다"고 했다.
◇"공급자 우위의 중소형 빌딩 시장, 투자 유의 필요해"
중소형 빌딩에 투자가 몰리는 이유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빌딩 임대 수익률은 4% 전후로 1%대인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다. 거래가 활발해 환금성도 좋다.
또 빌딩은 투자자가 단독으로 소유하는 실물(實物) 자산이라는 매력이 있다.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책임 연구원은 "오피스텔이나 상가는 상대적으로 수익률(6%대)은 높지만 투자자 혼자 개발 이익을 독점할 수는 없다"면서 "중소형 빌딩은 자기 건물이기 때문에 땅값 상승분 등을 투자자가 혼자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예전에는 아파트 소유가 남들보다 더 부자(富者)임을 드러내는 척도였지만, 이제는 빌딩 소유가 성공의 표상이 돼 조금이라도 돈이 있는 사람은 빌딩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중소형 빌딩 투자 러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제2롯데월드, 지하철 9호선 3단계 구간 개통 등의 호재가 있는 서울 송파구와 도심 재생 사업이 추진되는 마포·동대문·종로·성동구 지역에서 중소형 빌딩 투자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현재 중소형 빌딩 시장은 사려는 사람은 많고, 좋은 물건은 적은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라며 "수익률과 입지 조건, 개발 호재 등을 꼼꼼히 살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