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11 09:53

주상복합 아파트를 상징하는 단어는 ‘대형 평수’, ‘고급 마감재’, ‘특이한 평면구조’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 주상복합 아파트가 달라졌다. 대형 평수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실용적인 구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주상복합 아파트 시장도 ‘중소형’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부동산114는 올해 상반기에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 10가구 중 9가구는 중소형이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 중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6500가구. 올해 공급 물량(6997가구)의 93%가 중소형이다. 지난 2007년 전용면적 85㎡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주상복합 아파트는 분양시장에서도 인기다. 올 3월 분양한 왕십리뉴타운 3구역 센트라스1차는 소형 평면으로 볼 수 있는 59㎡가 가장 인기였다. 총 339가구가 공급되는데 4750명이 1순위 청약을 넣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모집 가구수가 가장 많았던 중소형 84㎡에는 489가구 모집에 5313명이 몰렸다. 올해 4월에 분양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 래미안프리미어팰리스는 총 264가구 중 24가구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중소형인 전용면적 84㎡였다. 래미안프리미어팰리스 일반분양 청약경쟁률은 11.79대 1에 달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3차는 전용면적 59㎡와 85㎡이하 소형만 공급해 1순위에서 4.16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충북 청주에서 분양한 서청주 센트럴파크 아파트는 전체 1210가구 중 1168가구가 전용면적 84㎡ 중소형이었다.
대형 중심 주상복합 아파트들은 ‘완판’에 애를 먹고 있다.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래미안용산과 용산푸르지오써밋은 지난해 여름 분양을 시작했지만 아직 미분양 상태다. 래미안용산과 용산푸르지오써밋 한강 조망권을 확보한 강북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로 분양 초기부터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50평~60평대의 대형 평수를 외면해 미분양 물량이 쌓였다.
건설사들은 일반아파트와 기존 주상복합 아파트의 장점을 섞은 활용도 높은 아파트를 내놓고 있다. 1세대 주상복합 아파트는 통유리와 미들창(밀면 위로 올라가며 열리는 창문)을 사용해 환기와 통풍에 문제가 있었다. 일조량이 많은 여름엔 햇빛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야 했고, 환기도 나빠 관리비도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다. 요즘 건설사들은 주상복합 아파트에도 일반 아파트처럼 완전히 열고 닫을 수 있는 슬라이딩 창문을 도입해 환기와 통풍, 실내 온도조절 문제를 해결했다. 방 안에는 수명이 길고 빛 효율이 좋은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사용해 전기세 부담도 낮췄다.
평면 설계도 개선했다. 1세대 주상복합 아파트 외관구조는 주로 ‘+자형’, ‘Y자형’, ‘□자형’ 등의 타워형으로 설계돼 건물의 외관 형태에 따라 집 안 평면도 결정됐다. 그래서 공간 효율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들어서 건설사들은 거실과 주방이 탁 트인 개방형 평면을 설계하고 발코니 확장 기술로 작은 평수도 넓게 쓸 수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주상복합은 처음에는 특이한 구조로 수요자로부터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가구 배치 등 공간 효율성이 떨어져 선호도도 동반 하락했다”며 “요즘에는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실용적으로 디자인해 분양가 거품을 낮추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