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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가든파이브로 간 청계천 상인들의 한숨, "법원 들어오고 아파트 짓지만…"

    입력 : 2015.05.25 15:08 | 수정 : 2015.05.26 11:51

    지난 23일 가든파이브 '라이프동' 앞 전경/사진=박정현 기자

    지난 23일 토요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장지역의 가든파이브 ‘라이프동’ 앞은 주말을 맞이해 나들이를 나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NC 백화점 앞 분수대는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로 붐볐고 지하1층~1층 카페와 식당도 주말 방문객으로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러나 라이프동에서 약 10분정도 걸어 도착한 업무용 건물인 ‘웍스(works)동’과 ‘툴(tool)동’은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아파트형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지어진 웍스동의 1층에 자리했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매출 부진으로 문을 닫고 철거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준공한지 5년이 지난 ‘툴동’은 갓 지어진 건물처럼 내부가 텅 비어있었다. 문을 연 2~3곳의 공구 상점과 편의점, 예식장 외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어 대낮인데도 썰렁했다.

    가든파이브는 지난 2003년 청계천 복원공사를 실시하면서 인근 상인들을 이주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진 상가다. 당시 서울시는 아시아권 최대의 유통·물류센터를 표방하며 1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가든파이브를 지었다. 그러나 분양률 저조로 수차례 개장을 미뤘다가 2010년에 겨우 문을 열었다.

    지난 23일 가든파이브 '툴동' 안의 공구 상가 점포가 텅 비어있다/사진=박정현 기자

    지난 5년 간 청계천 상인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이곳에 입주를 했다. 그러나 매출 부진으로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지 못하면서 장사를 접은 상인이 많다. SH공사는 NC백화점, 엔터씩스 등 유통업체를 유치해 상권 활성화에 나섰지만 대부분 전철역과 가까운 라이프동에 머물러있어, 웍스동과 툴동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가든파이브 라이프동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A씨는 “라이프동에는 NC백화점, 영화관(CGV)있어서 사람들이 꽤 오지만 '툴동'은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멀어서 갈 일이 없다”며 “관리비도 비싸서 입주 상인들이 상당히 고생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툴동 예식장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B씨는 “한 청계천 공구상가 상인이 빚을 내서 가든파이브에 들어왔다가 장사가 안돼 빚만 쌓이는 것을 비관하다 투신 자살을 한 사례도 있다”며 “툴동 사무실들은 몇 년째 텅 비어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가든파이브 '라이프동'에서 '웍스동'을 지나 '툴동'까지 가는 길 전경. 라이프동에서 툴동까지 거리는 약 900m에 달해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어서 인구를 끌어모으기도 힘들다/사진=박정현 기자

    SH공사가 지난 22일 집계한 가든파이브의 상가 입점률은 라이프동 78%, 웍스동 89%, 툴동 77%다. 전체 분양된 상가 8370실 중 아직 입점하지 않은 곳은 1789실에 달한다. 가든파이브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가 계약률이 80~90% 된다고 말한다는데 실제론 비어있는 사무실이 그보다 많다”며 “웍스동보다는 툴동이 공실이 좀 더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툴동 한 공구상점의 C사장은 “2년 전 여기에 들어왔는데 대부분 제품을 인터넷으로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주말이나 평일이나 손님들이 없기는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SH공사가 올 초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아울렛을 가든파이브에 유치하면서 상권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위례신도시 입주민이 많아지면 가든파이브 이용 손님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툴동과 멀지 않은 곳에 동부지방법원도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옛 청계천 상인들은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B씨는 “주변에 법원이 들어오고 아파트도 짓고 있으니 오가는 사람들이 좀더 많아지지 않겠느냐”면서도 “결국 백화점, 영화관, 이마트 같은데만 잘 될텐데 공구 상가는 어찌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가든파이브 내 한 공인중개업소 전경/사진=박정현 기자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는 가든파이브의 빈 사무실과 창고 등을 팔거나 임대하려는 문의가 밀려있다. 가든파이브 주변으론 ‘송파 파크하비오 푸르지오, ‘송파아이파크’ 등 아파트·오피스텔과 법조단지 등 신규 시설들이 자리 잡을 예정이다.

    인근 J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웃돈이 아주 조금씩 붙었다”면서도 “가든파이브는 수요자가 많이 없는 상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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