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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국내주택 정조준… 建設, 다시 뛴다

    입력 : 2015.03.12 05:52

    건설사들, 올해 아파트 40만가구 분양
    해외선 아프리카·중남미 진출 모색

    연도별 국내 공사와 해외 공사 수주액 추이 및 주요 건설사 올해 아파트 분양 계획
    지난달 초 열린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6단지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서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삼성물산·포스코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형 건설사가 대거 참석한 것. 재건축 사업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업계에서 '찬밥' 신세였다. 이 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주택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어느 정도 수요가 보장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건설사 입장에서도 욕심 나는 사업장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계가 불황의 파고를 넘기 위해 올해 주택 사업과 해외 공사 수주에 사활(死活)을 걸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모처럼 부동산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건설사마다 올해 주택 공급 물량을 예년보다 많게는 배 이상 늘려 잡고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습이다.

    반면 그동안 건설업계의 캐시카우(cash cow) 노릇을 했던 해외 건설 시장은 올해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양상이다. 국제 유가(油價) 하락으로 우리 업체들의 최대 달러 박스였던 중동(中東) 국가들의 공사 발주 물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악재다. 다만 국내 건설사들이 최근 수주 지역과 공종을 다변화하고 민자(民資) 발전사업 등 신시장 개척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주택 사업에 승부수… 공급 늘리고 인력 강화


    건설업계는 올해 주택 사업에서 1년 농사의 성패(成敗)가 갈릴 것으로 전망한다. 그만큼 주택 부문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되고 신도시 추가 개발이 중단되면서 신규 분양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아파트 공급에 나선다. 올해 예상 분양 물량은 40만가구 안팎. 이는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두고 공급이 급증했던 2007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수준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3만가구 이상을 공급할 예정이며 대림산업과 GS건설도 각각 2만가구 넘게 내놓을 방침이다. 호반건설·우미건설·중흥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도 최대 1만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공급 물량 중에는 경기 침체로 장기간 지연됐던 미니신도시급 대형 아파트 사업도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끈다. 현대건설은 경기 광주시 태전지구에서 3000여가구를, GS건설은 경기 평택시 동삭2지구에서 3000여가구, 대림산업은 경기 용인시에서 6000여가구를 각각 분양한다. 이 프로젝트들은 사업비가 조(兆) 단위에 달하는 만큼 해당 건설사들의 올해 경영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주택 사업을 따내기 위한 수주전도 뜨겁다.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 서초구 삼호가든3차,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등 알짜 재건축 단지들이 줄줄이 시공사 선정을 앞두면서 건설사들은 물밑 표밭 다지기에 한창이다.

    조직과 인력도 강화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주택사업본부에 재개발·재건축을 맡는 도시정비사업팀과 일반 주택 공급을 맡는 주택사업팀을 각각 1개에서 2개 팀으로 늘리고 인원도 보강했다.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은 "지난해 다소 부진했던 해외 실적을 주택 사업에서 많이 만회했다"며 "향후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시장만 25조원이 넘을 전망이어서 도시정비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주택 사업이 효자 노릇을 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던 GS건설도 올해 수익성 있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전사적으로 수주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도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주택·건축 부문의 시공·설계·영업 조직을 '건축주택사업본부'로 통합해 수주 경쟁력과 원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대림산업이 전북 군산시 고군산군도에 시공 중인 ‘단등교’는 주탑이 1개인 국내 최초의 현수교이다
    건설업계는 올해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고 있다. 대림산업이 전북 군산시 고군산군도에 시공 중인 ‘단등교’는 주탑이 1개인 국내 최초의 현수교이다./대림산업 제공
    GS건설이 이집트에서 완공한 대표 프로젝트인 석유 화학플랜트 ‘알렉산드리아 이랩(E-LAB)’
    GS건설이 이집트에서 완공한 대표 프로젝트인 석유 화학플랜트 ‘알렉산드리아 이랩(E-LAB)’./GS건설 제공
    해외건설, 디벨로퍼를 꿈꾼다

    건설업계는 올해 해외 건설 수주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주 텃밭이던 중동 국가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발주 물량 감소가 우려된다. 이미 일부 프로젝트는 발주가 지연되면서 우리 건설사들의 연초 수주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올 들어 2월까지 중동 지역 공사 수주 실적은 지난해보다 80% 이상 급감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과 인도·터키 등 후발 주자들의 도전을 이겨내는 것도 관건이다. 이미 저가(低價) 토목·건축 공사는 중국이나 인도 업체와의 입찰 경쟁을 이겨내기가 힘겨운 실정이다. 김운중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유로화 약세와 엔저(円低)라는 날개를 달고 유럽과 일본 건설사까지 공격적인 해외 수주에 나서고 있어 경쟁이 점점 더 격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도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지역과 공종 다변화를 통해 수주 저변을 넓히는 것이다. 실제 중동과 아시아에 치중됐던 수주 대상 지역을 아프리카와 중남미, 중앙아시아까지 확대하고 있다.

    시공뿐만 아니라 사업을 기획하고 자금 조달까지 맡는 이른바 '종합 디벨로퍼(developer)'로 변신을 시도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김동수 대림산업 사장은 "지금까지는 발주된 공사를 설계하고 시공하는 단계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프로젝트를 스스로 발굴하고 시공부터 운영까지 도맡아 수익을 창출하는 다양한 투자 개발형 신사업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발전 플랜트와 대형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다.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은 이미 국내에서 민자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뛰어들면서 디벨로퍼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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