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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부동산, 9년前 거품과는 다르다

    입력 : 2015.03.10 03:05

    [2006년엔 "혹시나, 오르겠지" 투기心理… 지금은 "차라리, 집을 산다" 實수요자들 움직여]

    - 2006년 활황과 비교하니
    2월 거래 9년만에 역대 최고치… 거래량 급증에도 집값은 안정적
    9년전엔 매매價 10% 급등했는데 지금은 1.2% 상승하는데 그쳐

    강남3구 거래량은 오히려 감소… 실수요자 위주로 부동산 정상화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3월 전부터 일부 지역에선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아파트 청약 열기가 뜨겁다. 지난 주말 오픈한 전국 곳곳의 모델하우스마다 수천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지난달 수도권과 서울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각각 3만7502건, 1만2990건으로 2006년 이후 9년 만에 2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겉만 보면 부동산 투기수요로 가격이 급등했던 2006~2007년 시기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주택시장 활황은 '전세난에 따른 실수요자 구매 수요'가 견인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수요가 시장을 이끌었던 2006년 당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한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호황은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가 자연스럽게 매매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면서 "2006년 부동산 활황 때와 달리 얼어붙었던 부동산시장의 기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거래량 급증하지만 가격은 소폭 올라

    올해 주택 거래량은 역대 최고였던 2006년(108만여건)을 뛰어넘을 기세다. 예전에는 거래량이 늘면 집주인들이 호가(呼價)를 올리고, 후속 추격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집값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다르다. 거래가 늘어도 매매가격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연도별 전체 주택 거래량. 2006년 보다 활발한 아파트 매매. 아파트 가격은 폭등 없어.
    /그래픽=김현국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일례로 KB국민은행이 집계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년 전 대비 1.2%에 그쳤다. 주택 거래가 활발했던 2006년 2월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년 사이에 10.5% 정도 올랐다.

    당시 서울 한강 이남 지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5.2%에 달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과거엔 부동산 시장 활황이면 어김없이 투기 수요가 몰려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실수요자들이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며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가격이 완만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시장 주도

    최근 거래량 증가의 일등공신은 '전세난'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난 때문에 저렴한 주택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주택 거래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2006~2008년은 집값 상승 기대감 때문에 투자하는 시기였다면, 지금은 전세금이 너무 올라 차라리 집을 사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이 때문에 강남구 고가 아파트보다는 변두리 지역의 저렴한 연립주택과 소형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다. 실수요자들이 거래를 주도하면서 과거 투자 수요가 몰렸던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도 올해 부동산 시장의 특징이다.

    올해 1~2월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5542건으로 작년 1~2월 대비 16% 증가했지만, 강남 3구 거래량(2793건)은 1년 전보다 오히려 200여건 감소했다.

    오히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고가의 주택을 과감히 처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10억원이 넘는 비싼 집을 처분하고 위례신도시 등 서울 근교 소형 아파트를 분양받고, 남은 자금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다운사이징(downsizing) 현상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활황 임대시장 안정에 활용을"

    주택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투자 수요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최근 분양시장의 활황은 실수요자 외에도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자 수요가 일부 가세했기 때문"이라며 "투자 수요가 과거처럼 집값을 밀어 올리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재의 부동산 활황을 임대주택시장의 안정화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없어지는 주택이 연간 40만 가구 정도인 만큼 그 정도의 주택은 매년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분양 시장이 활성화되면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이 계속 늘어 임대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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