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상암동 DMC 랜드마크 개발 또 무산 위기…뤼디그룹,"서울시 약속 안지키면 투자 의사 철회"

    입력 : 2015.01.19 17:34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초고층빌딩을 건설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서울시의 상암DMC 랜드마크 개발 사업이 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상암DMC 랜드마크 사업은 3조원 이상을 투자해 DMC 중심부 3만 7262㎡ 부지에 숙박ㆍ문화ㆍ집회ㆍ업무시설로 사용할 초고층 빌딩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 조감도. /조선일보DB
    작년 12월 서울시에 상암DMC 랜드마크 사업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뤼디(綠地)그룹은 16일 “서울시가 원래 약속과 달리 사업 일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투자의향서를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뤼디그룹 측은 “당초 올 1월 중 빌딩 부지를 공모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겠다던 서울시가 지금은 말을 바꿔 계속 기다리라고 한다”며 “언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배종은 서울시 경제정책팀장은 이에 대해 “1월까지 입찰공모를 내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상반기 안에는 입찰 공고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뤼디그룹의 투자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작년과 작년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뤼디그룹을 찾아 상암당 DMC에 투자할 것을 요청하는 등 2년 동안 투자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당초 DMC 투자보다 다른 곳을 염두에 뒀던 뤼디그룹도 이런 정성에 호응해 지난해 투자를 결정했다. 작년 12월 장위량(張玉良) 뤼디그룹 회장이 직접 서울을 찾아 박 시장에게 LOI를 냈다. 하지만, 막상 투자 의사를 밝히자 이번에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명확한 이유도 없이 공모 절차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늦장을 부리는 이유는 과거 상암DMC 초고층빌딩 사업권을 추진했던 컨소시엄 사업자들과 사이에 진행 중인 소송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서울시는 3조7000억원을 투자해 상암동에 높이 640m, 지상 133층 ‘서울라이트타워’를 세운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서울라이트타워 개발사업이 바로 현재 상암DMC 랜드마크 개발사업의 뿌리인 셈이다. 당시 서울시는 대우건설과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24개 사업자 컨소시엄을 시행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곧이어 터진 금융위기가 서울라이트타워 사업을 가로막았다. 컨소시엄 측은 사업성을 위해 건물 층수를 70~80층으로 변경하고 오피스텔을 더 짓게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사업자들이 분납하기로 했던 토지대금을 도중에 연체해버렸고, 서울시는 2012년6월 “계약 위반 행위”라며 계약을 해지했다. 이미 받은 토지대금 중 708억원을 연체이자 등의 명목으로 떼고 돌려줬다.

    하지만 컨소시엄 측은 "사업 무산 책임이 시장 상황을 무시하고 사업을 고집한 서울시에도 있다, 못 받은 708억원과 손해배상액 360억원을 달라"며 2013년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작년 8월 1심에서 서울시에 569억6100만원을 서울라이트타워에 돌려주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컨소시엄 측이 계약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시가 위약금 조로 받아간 금액이 너무 과도하다는 취지였다. 이에 서울시가 즉각 항소해 지금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 결과는 올 하반기쯤 나올 전망이다.

    문제는 뤼디그룹도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이 아니라 88층 빌딩을 건설할 계획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뤼디그룹은 상암DMC에 약 3조5000억원을 투자해 88층짜리 건물 2 동을 건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컨소시엄 측이 재판 과정에서 ‘서울시가 층수 하향 조정과 토지 용도 변경 등을 들어주지 않았다’며 문제를 삼고 있는 상황에서, 뤼디그룹의 층수 하향 요구를 받아들이면 자칫 소송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컨소시엄 측은 서울시가 100층 이하로 사업 계획을 변경하면 추가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서울시가 이미 계약이 해지된 컨소시엄 측과의 소송을 이유로 어렵게 찾아온 3조5000억원 규모의 상암동 DMC 랜드마크 개발 기회를 미루는 것은 지나친 보신주의(保身主義)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서울시가 층수 하향 조정을 해주지 않아 사업에 실패했다’는 컨소시엄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서울라이트타워 사업 무산으로 상암DMC 일대 주민들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3년 간 주변 아파트 미분양이 급증했고, 땅값도 급락했다.

    국내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는 오는 7월쯤 항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실상 부지 매각 공고를 미루려는 입장”이라면서 “공무원들의 과도한 보신주의 때문에 3년여 만에 찾아온 DMC 랜드마크 빌딩 건립 기회가 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