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1.05 15:25
위례·동탄2 등 신도시 주택시장 활기
기존 신도시 분당·평촌 低價 매수세
청약불패 위례… 김포 입주율 95% 돌파
전문가 "당분간 무주택자 수요 흡수할 듯"
주택 경기 침체로 한동안 맥을 추지 못했던 수도권 신도시의 인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위례·동탄2 등 새로 개발 중인 이른바 2기 신도시 아파트 분양 현장에는 연일 청약 인파가 몰리고 사라졌던 프리미엄(웃돈)과 떴다방(이동 중개업자)이 등장했다. 분당·평촌 등 1기 신도시도 주택 거래량과 집값이 회복되면서 장기 침체의 그늘에서 조금씩 탈출하는 모습이다.
2000년대 중반 '천당 위에 분당(盆唐)'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몸값이 치솟았던 신도시가 다시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암흑기는 벗어났다고 평가한다.
◇25년간 주택 경기(景氣) 좌우
1989년 11월 26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신도시(new town) 분양의 막(幕)이 올랐다. 당시 노태우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 200만호 건설을 내세우며 수도권 5개 신도시 개발을 발표한 지 7개월 만이었다.
첫 분양 대상지는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시범단지였다. 5개 단지, 아파트 3090가구가 1차로 공급됐다. 당시 성남시 수내동에 마련된 모델하우스에는 개관 첫날 20여만명의 인파가 몰려 주변 교통이 완전히 마비됐다. 시범단지는 최종적으로 14만여명이 청약해 평균 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시작된 신도시는 지난 25년간 크게 세 차례에 걸쳐 부침(浮沈)을 겪었다. 1980년대 말 분양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공급 과잉으로 수요가 시들해졌다.
이후 1998년 외환위기가 터지고 2~3년간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자 다시 인기가 회복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집값이 급등했고 2기 신도시 개발이 속속 추진됐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2기 신도시는 분양에 어려움을 겪었고 신도시 집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규제 완화·공급 중단에 다시 주목"
올 들어 신도시가 다시 한 번 꿈틀대는 모습이다. 분당 등 기존 신도시는 2008년 이후 집값 거품이 걷히면서 장기간 바닥을 다진 영향으로 저가(低價)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 분당과 평촌신도시 아파트값은 10월 말 기준으로 1년 전보다 평균 4% 안팎 올라 전국 평균(2.68%)은 물론 서울 강남·서초구의 상승률(2.7%대)을 넘어섰다. 분당 서현동의 림방공인중개사무소 박왕희 대표는 "아직도 최고점 대비 20~30%씩 떨어진 아파트가 적지 않지만 그래도 거래량과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청약 시장은 일부 과열 조짐까지 빚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이른바 '청약 불패' 지역으로 불릴 정도다. 지난해부터 선보였던 아파트 1만7000여 가구가 모두 순위 내에서 마감했다. 지난 9월 위례자이 아파트는 1순위에 6만여명이 몰리며 평균 140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대행사인 더감 이기성 사장은 "2006년 판교신도시 이후 분양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신도시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도 올 들어 분양했던 민간 아파트가 모두 순위 내에서 마감했다.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도 올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김한진 LH 김포사업단 부장은 "9·1 부동산 대책 이후 미분양 아파트는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준공된 아파트는 입주율이 평균 95%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 인기 지속될까?
신도시가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뭘까. 우선 2기 신도시의 경우 주거지로서 경쟁력이 높아졌다. 그동안 구두선(口頭禪)에 그쳤던 지하철·도로 등 인프라(사회기반시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김포 한강신도시는 서울 올림픽대로와 이어지는 도로가 뚫린 데 이어 최대 약점이던 도시철도가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착공되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이 유입되고 있다. 화성 동탄2신도시도 수서~평택 KTX(고속철도)에 이어 GTX(광역급행철도) 유치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서울까지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도 결정적이다. 9·1대책을 통해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중단되면서 기존 신도시의 희소성이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수도권 아파트 청약 규제와 분양권 전매(轉賣) 규정을 완화하자 실수요자는 물론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까지 일부 가세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분양가 상한제에 맞춰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중대형 공급을 줄이면서 중소형 아파트를 대거 쏟아내는 것도 수요자를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서울에서 짧은 시간에 주택 공급이 늘어나기는 어렵다"면서 "갈 곳 없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수요가 당분간 수도권 신도시로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