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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한류 2.0] 중동 발주처, 노동자 처우에 참견 심해져… 인허가 지연까지

    입력 : 2014.10.06 03:05

    카타르 건설 현장 르포

    지난 7월말 현대건설 루사일 공사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 유력 일간지인 가디언에서 건설현장에 투입된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불똥은 카타르의 모든 공사현장으로 튀었다. 카타르 정부에서 시공사에 노동자의 식사, 이동수단, 처우 등 세심한 부분까지 참견하기 시작했다.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공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건설은 고심 끝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발주처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들어주기로 했다. 발주처에 밉보여서 좋을게 없는데다 노동자의 인권문제라서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중동발 저가수주 쇼크를 일으켰던 사업장인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프로젝트는 올초 공사가 마무리됐다.
    중동발 저가수주 쇼크를 일으켰던 사업장인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프로젝트는 올초 공사가 마무리됐다./조선일보 DB

    중동 국가의 발주처들이 똑똑해지고 있다. 돈만 많은 산유국 이미지는 옛말이다. 유럽 등 선진국들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만만하게 보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중동 현지 젊은 공무원들은 대부분 영국 등 유럽으로 유학을 갔다 와 유럽식 사회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영국에서 은퇴한 공무원들도 카타르에서 많이 재취업한다. 덕분에 건설 관련 환경, 노동, 인허가 등 제도가 유럽과 유사하다.

    과거 발주처가 계약을 엉성하게 해 공사 금액이 당초 계약금액보다 2배 이상 높아지는 경우도 흔했다. 그러나 지금은 클레임 하나 못 걸 정도로 완벽해졌다는 평가다. 요구하는 품질과 감리 수준 등도 높아졌다.

    이 때문에 시공사가 골머리 앓고 있다. 발주처가 공사 도중 다양한 것을 요구하고, 자잘한 것으로 꼬투리를 잡기도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국내 건설업계에서 '아람코 리스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까다롭기로 악명높다. 아람코 공사를 맡으면 회사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카타르의 경우 공사장 옆 주택은 2~3m 간격을 두고 담장을 치게 돼 있다. 공사 현장과 주택이 붙어 있으면 담장 설치가어려워 공사가 늘어지기도 한다.

    인허가도 문제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관련 규제가 엄격하고 설비 이전할 경우 일일이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탓에 공기가 늦어질 경우 대비해 기록으로 남겨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발주처의 인허가 지연으로 공기가 늦어질 경우 책임 소재를 확실하게 가리기 위해 서류, 사진 등으로 증거를 남겨야 한다"며 "발주처의 관리 능력이 이전과 달라져 꼼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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