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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규제 풀려도… 찬바람만 부는 강북뉴타운

    입력 : 2014.03.10 23:23

    [강남 재건축은 값 들썩… 주민들 "우리 재개발은 왜"]

    2003년 주택 호황 때 인기, 집값·수익성 떨어져 찬밥… 10년새 땅값 30%이상 하락
    정부, 1월 지원책 내놨지만 시장 살리기엔 역부족
    서울 재개발·뉴타운 606개, 2년간 4분의 1이 개점 휴업

    서울의 재개발 지역 평균 토지 지분 그래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남뉴타운 2구역.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길 사이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낡은 연립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2003년 서울시가 뉴타운지구로 지정했을 때는 투자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한강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데다 교통 여건도 좋아 재개발 지분(땅값) 가격이 3.3㎡당 3000만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현재는 당초 계획했던 고층 아파트와 널찍한 도로, 공원 등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업을 추진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서울시의 건축 규제와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한남2구역 김성조 조합장은 "서울시가 주민들에게 주거 지역을 재정비하겠다고 먼저 제안해놓고선 이제는 각종 규제로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이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서울의 뉴타운·재개발 지역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소형 주택 공급 의무비율 완화 등 재건축 규제를 대거 풀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반면 서울 강북 지역에 밀집한 뉴타운·재개발 사업장은 잇달아 사업이 중단되는 등 해제 수순을 밟고 있다.

    재개발 규제 완화 효과 '無風지대'

    서울 도봉구의 M부동산중개소는 1주일 동안 찾아온 손님이 두 명뿐이었다. 이마저도 인근 다세대주택의 월셋집을 찾는 세입자들이었다. 이 중개소 직원은 "서울 강남은 집값이 1~2주 만에 수천만원씩 올랐다고 하는데 여기는 마지막으로 매매 거래를 한 지가 거의 1년이 다 돼 간다"고 말했다. 뉴타운 사업은 구역 단위로 진행되는 재개발·재건축을 하나로 묶어 교통·공원 등 도시 기반 시설을 체계적으로 갖추도록 정비하는 사업이다. 주택 경기가 호황이던 사업 초기에는 개발 후 막대한 차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집값은 내리고 수익성은 낮아지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남뉴타운 2구역에서 전깃줄이 거미줄처럼 얽힌 좁다란 골목길을 어린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한남2구역은 서울시의 건축물 고도 제한에 따른 신축 아파트 수 감소와 일부 주민의 반대로 재개발 사업이 중단돼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남뉴타운 2구역에서 전깃줄이 거미줄처럼 얽힌 좁다란 골목길을 어린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한남2구역은 서울시의 건축물 고도 제한에 따른 신축 아파트 수 감소와 일부 주민의 반대로 재개발 사업이 중단돼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정부도 지지부진한 뉴타운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올 1월 지원책을 내놓았다.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까지 올리고 임대주택 건설 비율을 기존 75% 이하에서 50% 이하로 낮추는 방법으로 일반 분양 가구 수를 늘리도록 한 것이다. 즉, 임대주택을 적게 지은 만큼 일반 분양을 늘려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용적률 상향 조정만으로는 지지부진한 뉴타운·재개발 사업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용적률을 법적 상한선까지 높이는 대신 공원 등 공공시설을 더 많이 지어야 하기 때문에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남동의 T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은 "사업이 지연되면서 지분 시세가 3.3㎡당 2000만원 아래로 떨어졌지만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찾을 수 없다"며 "규제를 더 풀고 사업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집값은 더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체 재개발의 4분의 1은 사업 포기

    최근 2년간 서울의 606개 재개발·뉴타운 구역 가운데 148곳(24%)이 사업을 접기로 했다. 재개발·뉴타운 구역의 해제는 서울시가 2012년부터 실시한 '출구 전략'의 하나다. 주민의 절반 이상이 원할 경우 지정된 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 구역들도 일정 기간 사업 진전이 없으면 자동으로 구역이 해제되는 '일몰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지역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해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동안 사업을 추진하면서 쓴 비용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입된 비용은 구역별로 50억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가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쓴 비용의 22%는 재개발 사업 건설사의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방법으로 지원해준다고 했지만 나머지 78%는 건설사와 주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뉴타운 사업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국민은행 박원갑 전문위원은 "서울의 비(非)강남권에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뉴타운·재개발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사업이 제대로 안 되면 나중에 주택 수급 불균형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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