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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내게 된 집주인들 "월세를 전세로 바꾸겠다"

    입력 : 2014.02.28 03:01

    [술렁이는 전·월세 시장]

    불안해하는 집주인들 - 임대료 더 올리거나 집 팔아 상가 투자로 바꾸려는 사람 있어
    세입자들 "부담 줄었지만…" - 월세보다는 전셋집이 좋아

    가파르게 상승하는 아파트 전세금 그래프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정모(68)씨는 27일 마포·은평구에 갖고 있던 아파트 두 채와 단독주택 한 채를 모두 팔기로 마음먹었다. 은퇴하고 나서 세 집에서 받는 월세(180만원)로 생활했지만, 26일 발표된 정부의 정책에 따라 임대 사업자가 되면 앞으로 안 내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거래 은행에서 재테크 상담을 받은 정씨는 "임대 사업자가 되면 세금 부담이 커지는 데다 건물·임차인 관리도 더 신경 써야 한다"며 "다행히 요즘 집값이 조금 오르고 있으니 다 처분하고 편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6일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월세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임대 사업자 등록과 함께 세금을 내야 하는 집주인은 월세를 전세로 바꾸거나 아예 집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한 달치 월세를 아끼게 된 세입자는 전세보다 월세가 더 나은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선진화 방안에서 정부는 집주인의 임대사업 등록을 유도해 세금을 징수하고 세입자들이 내야 하는 세금에서 월세의 10%(연간 최대 750만원)를 공제해주기로 했다.

    집 매각·월세 인상 고민하는 집주인

    27일 오후 서울 역삼동 W부동산중개소에는 인근 아파트 주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동안 보증금 4억원, 월세 100만원으로 내놓았던 반(半) 전셋집을 전세금 7억원의 전셋집으로 바꿔 세입자를 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중개소 직원은 "임대인 중 일부는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거나 임대료를 더 올리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은 정부의 월세 소득자에 대한 과세 방침에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가 임대 사업자에 대한 재산·소득세 감면 방안도 함께 내놓았지만, 그동안 거의 신경 쓰지 않았던 세금을 내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택 임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집주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임대료 부담에 힘겨워하는 세입자들도 전셋집 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국민은행은 이번 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금이 1년7개월 연속 올라 처음으로 3억원(한 채당 3억25만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서 이사하는 모습. /주완중 기자

    동부이촌동에서 아파트 한 채를 세(貰) 놓고 있는 김모(57)씨는 내년 초 임대계약이 끝나는 대로 집을 처분할 계획이다. 그는 "중대형 주택은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고 종합부동산세도 내야 한다"며 "대신 상가를 살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정부는 세 부담을 낮춘다고 하지만 집주인들은 엄청난 위기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결국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집을 팔거나 세금 상승분만큼 월세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했다.

    여전히 전세가 더 좋은 세입자

    최근 서울 마포에서 3억원짜리 전셋집을 구하던 회사원 이모(32)씨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중개업소에 나온 매물이 거의 모두 반(半) 전세나 월세여서 부담스러웠는데, 정부가 한 달치 임대료를 세금으로 보전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부담이 준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래도 월세보다는 적당한 전셋집이 나오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이 여전히 전셋집을 선호하는 것은, 아무리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도 월세는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보다 임대료 지출이 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세입자들은 월세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전세 매물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계약을 맺는 것"이라며 "만약 새로 세금을 내야 하는 집주인이 그만큼을 월세에 얹어 받으려고 하면, 세입자의 임대료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 조치로 인해 세입자의 임대 조건이 개선된다는 전망도 있다. 집주인이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면서 전세 매물이 늘어나면 그만큼 임대료가 내려갈 여지도 커질 수 있다. 정부가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 민간 자본을 활용해 공공임대나 준(準)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도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소득 없는 은퇴자, 세 부담 크지 않아"

    정부의 선진화 방안의 영향에 대해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불안해하고 있지만,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은 "정확히 계산을 해보고 어떤 선택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선 소득이 없는 은퇴자가 집을 2채 이상 가지고 월세를 받는 경우에는 임대소득을 신고해도 세금 부담이 걱정만큼 크지 않을 전망이다. 가령, 자신이 거주하는 집 외에 한 채를 임대해 보증금 2억원, 월세 50만원을 받는다면, 연간 임대소득 600만원에 대해 실제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2만~3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소형 주택 1~2채를 가진 은퇴 생활자인 경우 월세 소득이 연간 수천만원씩 되지 않는 이상 소득 신고를 하고 월세를 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간 소득이 1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자가 같은 조건(보증금 2억원, 월세 50만원)으로 임대 사업을 벌일 경우에는 월세를 전세로 바꾸는 게 유리하다. 급여에서 이미 소득공제를 받는 데다, 25% 안팎의 세율을 적용받아 임대 소득에 대해서만 매년 약 80만원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은 가급적 집을 사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전·월세 시장이 안정되더라도 임대료가 크게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수요자라면 거주 비용을 줄이고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주택 매수에 나서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센터장은 “정부가 5년 이상 무주택자에게 지원하는 ‘공유형 모기지’를 활용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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