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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이어 중소형 빌딩도 팔리기 시작했다

    입력 : 2014.02.24 23:51

    강남권 30억~50억대 매물 동나 - 부동산 경기회복 기대감 확산
    거액 자산가들 공격적 매입나서 서울 오피스 거래 2배이상 급증
    "2011년 이후 공급↑… 투자 신중"

    작년 하반기, 서울 서초구 서초동 W빌딩은 부동산 시장에서 '알짜' 매물로 통했다. 지상 7층짜리 중소형 빌딩에 불과했지만, 지하철 2·3호선 교대역 인근에 있는 데다 서울지방법원과도 가까워 건물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나 자산가가 많았다.

    업계에서는 건물 가격이 400억원을 넘어 중견 기업이 사옥(社屋)용으로 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일반 개인 투자자 3명이 돈을 모아 구입했다.

    서초동 S부동산중개소 직원은 "주변 빌딩이 대부분 변호사 사무실로 이용할 정도로 임대 수요가 탄탄해서 높은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을 노리고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중소형 빌딩 매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저(低)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와 함께 부동산 경기가 꿈틀거리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과 자산가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중소형 빌딩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신영에셋' 최재견 팀장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주택 매매를 넘어 수익형 부동산인 빌딩에도 퍼지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강남권 중소형 빌딩, 거의 다 팔려

    부동산 업계에서 중소형 빌딩은 보통 지상 10층(연면적 1만㎡)보다 작고 매매가격이 300억원 이하인 건물을 말한다.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로 주택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중소형 빌딩에 대한 투자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지상 10층 이하의 중소형 빌딩들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로 주택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중소형 빌딩에 대한 투자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지상 10층 이하의 중소형 빌딩들. /주완중 기자
    특히 개인 투자자의 투자 의향이 강하다. 최근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지상 7층짜리 중소형 빌딩을 사들인 것도 일반 개인이었다. 건물 가격은 약 250억원. '신영에셋' 최재견 팀장은 "처음에 거액의 투자금이 필요하지만, 매달 8000만원 이상 월세를 받을 수 있고 나중에 시세 차익도 얻을 수 있어 투자를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에 임대 수요가 많은 '인기' 빌딩은 이미 동났다. 청담동 D부동산공인 직원은 "청담·논현동에서는 기업까지 빌딩 투자에 가세하면서 개인 고객들이 선호하는 30억~50억원대 매물은 찾아볼 수 없다"며 "일부 투자자는 강서·동대문·영등포구의 빌딩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빌딩에 대한 투자 열풍 덕분에, 작년 4분기 서울의 건물 거래량(22건)은 같은 해 1분기(9건)의 2.4배로 늘었다. 평균 매매가격도 ㎡당 459만원으로 작년 3분기(398만원)보다 15% 이상 상승했다.

    '저스트알' 김우희 대표는 "개인 자산가나 건물에 세(貰) 들어 살던 기업이 고가(高價)에 매수하는 사례가 늘면서 매매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부동산투자회사(리츠)들도 작년 10월 이후에만 서울에서 10여채의 빌딩을 사들이면서 거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대출 쉽고 절세 효과도 노려

    중소형 빌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느는 것은 오피스텔이나 대형 빌딩보다 공실률이 낮은 데다, 최근 3~4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가격이 20~30%가량 내렸기 때문이다. 또 최근 신흥국 위기 등으로 인해 주식 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이 불안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자산보다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이 안전하다고 보는 시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서울 압구정·청담동에서는 4~5층짜리 건물이 대기업 전용 매장이나 해외 명품 매장으로 쓰이면서 가치가 높아지기도 했다.

    중소형 빌딩을 사면 절세(節稅)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건물을 사들이면서 건물 관리나 임대사업자로 법인을 설립하면 관리비 등으로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중소형 빌딩을 보유한 임대사업자의 경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적용받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투자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1년 이후 매년 대형 사무용 건물이 많이 지어졌고 국내외 경제 불안과 내수경기 침체가 다시 심화될 경우 공실률(空室率) 증가와 함께 가격 조정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알투코리아' 김태호 이사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빌딩은 중소형이라고 해도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에 투자금이 너무 크고 건물 관리가 일반 주택·상가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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