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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제한 풀린 '서부이촌동'… 집값 오르고 투자 문의 늘어

    입력 : 2013.10.24 03:06

    구역 지정 해제 후 온기 퍼져
    북한강성원아파트 5억7000만원에 거래… 올해 초보다 매매가 3000만원가량 상승
    지난 1~2년간 '개점휴업' 상태던 상가에도 최근 24시간 편의점 입주 등 거래 늘어
    "지구 지정 해제 이후 투자자 관심 쏠려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 조금씩 늘어날 것"

    "가격이나 매물을 물어보는 전화가 부쩍 늘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거래도 되고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지 않겠어요?"

    23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한 주택가. 한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아파트 단지와 담장 곳곳에 내걸린 개발 반대 현수막들 사이로 상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 건물에 있던 식당, 세탁소 등은 간판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부동산중개소만 문을 열고 있었다. 이곳에서 6년 넘게 중개업을 해왔다는 A부동산공인 사장은 "개발 보상 문제로 거래가 묶여 있다 보니 언제 아파트 매매 계약을 맺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다행히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되면서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도 서서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서부이촌동 주택시장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무산되고 서울시가 이들 지역에 대해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해제하면서부터다. 주변 대부분의 상가는 장사를 접은 지 오래됐지만, 한동안 뜸했던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다시 걸려오고 중개업소의 텅 빈 유리창엔 매물 시세표가 하나둘씩 붙기 시작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아파트 거래가 한두 건씩 이뤄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아파트 단지.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아파트 단지. 지난 10일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구역 지정을 해제한 뒤부터 부동산중개업소에 투자자들의 문의가 조금씩 늘고 있다. / 홍원상 기자

    아파트값, 올 초보다 3000만원 올라

    용산 역세권 개발 대상지에 포함됐던 서부이촌동 아파트는 2300여가구. 이 아파트들은 올 들어 개발사업이 무산 위기에 놓이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2009년 최고 8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동원베네스트(전용 85㎡)는 지난 8월 6억5000만원에 팔렸다. 불과 4년 사이에 2억300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대림아파트(84㎡)는 지난달 경매에서 감정가(12억원)의 절반 수준인 6억1440만원에 낙찰됐다. 연립·다세대주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7년 당시 3.3㎡당 2억원을 웃돌았던 지분값이 요즘은 1억원으로 떨어졌지만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지구 지정이 풀리고 나서 거래가 조금씩 늘고 있다. 가격도 소폭이지만 올랐다. 북한강성원아파트(59㎡)는 최근 5억7000만원에 거래돼 올해 초보다 3000만원가량 상승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매도 호가는 6억원까지 오른 상태다.

    서부이촌동의 B부동산중개소 직원은 "아파트 단지별로 3~4건씩 매물이 나와 있는 상태"라며 "집주인과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 격차가 커서 곧바로 매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C부동산공인 사장은 "일부 집주인은 '가격이 더 오를 때까지 팔지 않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였다"면서 "시간이 좀 지나면 주택 거래가 회복되고 좀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상권도 부활 조짐

    지난 1~2년 사이 서부이촌동 상권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7년 전만 해도 하루 유동인구 3000명이 넘는 '알짜' 상권이었지만 용산 역세권 개발로 인해 이곳에 있던 코레일·한솔제지·서울우편집중국 등 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상가도 하나둘씩 장사를 접었다. 토지 거래 제한과 집값 하락 탓에 아파트 거래가 끊기자 문을 닫은 부동산중개사무소도 수두룩했다.

    그러나 개발 중단이 확정된 이후 속도는 더디지만 상권은 오히려 살아나는 분위기다. 한동안 비어 있던 상가에 새 가게가 들어서는가 하면 여태껏 한 번도 들어선 적 없는 24시간 편의점이 3주 전에 문을 열었다. 인테리어업을 하는 김모(60)씨는 "개발 계획이 발표되고 나서 6~7년간 집을 수리한다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며 "이제야 공사 주문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개발로 인해 무너진 상권이 회복된다면 주택시장도 어느 정도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서부이촌동 지역 재생을 위한 도시관리계획 가이드라인을 올해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전문위원은 "서부이촌동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중단됐지만 너무 오랫동안 거래가 끊기는 바람에 투자자들의 관심도 그만큼 늘었다"면서 "당장 집값이 회복되기는 어렵겠지만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는 조금씩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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