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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活路를 열자] [2] 英, 새 건물 살때 5년 무이자대출… 美, 집 사면 稅金환불

    입력 : 2013.09.24 03:01

    ["부동산 살려 경기 띄우자" 美·英·日 등 규제풀기 총력]

    英, 138조원 부동산 자금 풀자 신규 투자자 1년새 45% 급증
    美, 집 담보대출때 원리금 등이 소득 31% 넘으면 일부 감면
    日, 자기 돈 한푼 없이 집 사도 내년부터 전액 長期대출 가능

    영국 중부도시 더비(Derby)에 있는 한 벽돌 제조 공장은 요즘 몰려드는 주문으로 눈코 뜰 새가 없다. 1년 전만 해도 주문 후 이틀이 지나면 납품이 가능했지만, 요즘은 두 달 이상 걸린다. 더비의 벽돌 제조 업체 사장인 이안 호킨스씨는 "요즘은 고객들이 벽돌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부터 물어본다"고 했다. 시멘트·철근·목재 등 다른 건설 자재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 2분기에만 건설 자재 신규 주문 물량이 1분기보다 20% 증가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최근 영국의 건설 관련 업종이 활황세를 보이는 건 집값이 오르고 있어서다. 최근 1년간 영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연 5.4%(9월 기준)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엔 영국 정부의 역할이 컸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시중은행에 800억 파운드(138조원) 규모의 부동산 대출자금을 지원했다. 신축 건물을 사들일 때는 매매가의 20%를 5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그 여파로 지난 7월 한 달 동안 은행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최초로 구입한 투자자 수(2만6100명)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부실 대출 규모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보다 40%가량 줄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영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0.8%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집값 안정으로 소비가 늘고 은행 부실이 줄면서 영국 경제가 선순환 구조를 그리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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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매물로 나온 한 고급 주택 앞에 집주인과 투자자 간에 매매 계약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미국은 최근 집값이 오르면서 내수 경기도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홍콩의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銅�灣).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이곳은 지난해 사무실 평균 임대료(㎡당 257만원)가 전년보다 35% 급등, 지난 11년간 임대료 세계 1위를 지켜왔던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를 눌렀다. 부동산중개업자 베니 청(41)씨는 "높은 임대료 탓에 이 지역에 입점한 레스토랑이나 회사들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기에 홍콩의 부동산 시장이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는 건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 덕분이다. 홍콩은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가 없고,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제재도 없다.

    영국을 비롯한 미국·일본·스페인 등 세계 주요 선진국들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의 늪에 빠진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양적 완화(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것) 정책을 기초로 금융 지원, 규제 완화, 세금 감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주요국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 경기 침체기에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부동산 시장을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집값이 적정 수준으로 올라야 디플레이션 탈출이 가능하고, 세수(稅收)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 양적 완화 출구 전략을 검토하는 데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일관된 주택 경기 활성화 정책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금융위기 속에서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미국 회복 및 재투자법'(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금융안정법'(Financial Stability Act) 등 다양한 법안을 마련, 주택 구입자가 낸 세금을 6500~8000달러 한도 내에서 되돌려주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등이 소득의 31%를 넘을 경우 정부 지원을 통해 이를 감면해주는 제도도 마련했다. 적극적인 부양책은 주택 시장의 활기로 이어졌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 7월 기존 주택 거래 실적이 작년보다 17.2%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 20년간 장기 불황에 시달려온 일본도 주택 경기 부양을 위해 새로운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일본주택금융지원기구(JHF)의 지원을 통해 주택 구입 자금 전액을 장기 고정금리로 대출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집을 살 때 집값의 평균 20% 정도는 자기 돈이 있어야 했지만, 이 벽을 허물겠다는 것이다. 올해로 종료되는 신축 주택(3년)과 아파트(5년)에 대해 재산세 50%를 감면하는 특례 조치도 2년간 연장하기로 했다.

    해외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과감한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 그리고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투자 수요를 이끌어내는 것이 주택 경기 회복의 열쇠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우리나라는 부동산 경기가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 규제 완화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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