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03 02:02
[양도세 면제 기준 '전용면적 85㎡·9억원 이하'로 제한… 형평성 논란 커져]
"강남 3區와 서울에 혜택 편중" 수도권·지방 1주택자들 불만
부동산 시장·정치권선 "양도세 면제 범위 넓히고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해야"
경기 산본 신도시에 사는 주부 김미경(가명)씨는 지난 1일 발표된 부동산 종합 대책을 보고 부아가 치밀었다. 김씨는 공무원 남편을 따라 세종시로 이사하려고 1년 전부터 산본 집을 내놨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팔지 못하는 상태이다. 김씨의 아파트는 면적 85㎡가 넘는 중대형으로, 매매 가격은 4억원이 조금 넘는다.
정부는 4·1 부동산 대책에서 기존 주택에 대한 양도세 면제 기준으로 '전용면적 85㎡·9억원 이하'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수도권이나 지방에 중대형 아파트를 가진 1주택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면적은 넓지만 집값이 싼 수도권·지방 아파트를 사면 양도세가 지금처럼 과세되고, 면적은 좁지만 고가의 강남 아파트를 사는 사람에게는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전용면적이 102㎡인 경기도 산본의 e-편한세상 아파트 시세는 5억원가량이다. 가격은 9억원에 한참 못 미치지만 85㎡ 면적 기준에 걸려, 올해 구입해도 양도세 면제 혜택을 못 받는다. 반면 서울 개포동의 재건축 아파트 대부분과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현재 시세가 7억~8억원대 후반인 경우가 많고 면적 기준에도 걸리지 않아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게 된다.
부동산 시장과 정치권에선 이에 따라 정부가 기존 주택 양도세 면제 요건을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하거나 수도권·지방에는 범위를 넓혀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변재일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양도세 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주택이 강남 3구와 서울에 편중돼 있다"며 "양도세 면제 대상과 금액을 현실성 있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면적이 넓은 아파트로 양도세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데 부정적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언론사 부장단 오찬간담회에서 "대형 평형까지 정부가 양도세 면제 혜택을 주면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양도세 면제 혜택을 주는 시점을 국회 상임위 통과 시점으로 정했기 때문에 그때까지 주택 거래나 아파트 분양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세금 면제 시행 시점을 (4월 1일로)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