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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숨겨놓은 주택성능등급… 소비자는 몰라

    입력 : 2013.02.20 03:01

    층간소음 차단정도 등 평가해 아파트 품질 알리려는 제도
    1000가구 이상 단지엔 의무화… 실제론 정보공개 제대로 안돼
    건당 1000만원 받는 감정기관, 건설사 눈치보느라 결과 쉬쉬

    새로 이사할 아파트를 찾고 있는 직장인 최형준(41)씨는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가 꽤 신경이 쓰인다. 그는 얼마 전 아파트 층간 소음 차단 정도를 1~4등급으로 표시하는 제도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한 아파트의 소음 차단 정도는 건설사 홈페이지를 30여분간 뒤져 겨우 찾았지만, 다른 아파트는 아예 분양 홈페이지가 사라져 찾기를 포기했다.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전화했더니 "그런 제도가 있느냐"는 답변만 돌아왔다. 최씨는 "자동차는 연비를, 냉장고는 전력효율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데, 아파트는 왜 그게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소비자가 아파트 품질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하겠다며 정부가 2006년 도입한 '주택성능등급표시제'가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도의 허점 때문에 이미 분양된 아파트를 새로 구하려는 소비자들이 성능 등급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이 막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택성능등급표시는 허점투성이

    주택성능등급표시제는 일종의 아파트 품질 성적표다.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를 짓는 사업자는 소음 차단, 채광, 실내공기 질, 수리용의성, 소방안전 등 18개 성능 분야에서 1~4등급으로 구분해 입주자 공고 때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법상 입주자 모집 공고 때 1차례 공고하게 돼 있다 보니 분양 이후 자료를 삭제하는 건설사가 많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는 그나마 분양이 끝난 아파트 단지도 분양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경우가 있지만, 중소 건설사의 경우 분양이 끝나면 대부분 자료를 삭제한다. 이 때문에 분양 이후 나중에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특정 지역 아파트 성능 등급을 비교할 방법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것이다.

    등급 간 품질 차이는 크다. 층간 소음의 경우 등급별로 3dB(데시벨) 정도의 차이가 나는데, 건설사들이 얼마나 좋은 성능의 자재를 쓰느냐에 따라 갈린다. 법정 기준을 간신히 통과한 4등급(별 1개)과 가장 상위인 1등급(별 4개)은 차음력이 10dB 이상 차이가 난다. 서울시립대 김명준 교수는 "보통 사람은 3dB 차이도 느낀다"며 "10dB은 아주 큰 품질 차이"라고 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깜깜이 성능등급표시제'로 인해 이런 차이를 모른 채 아파트를 고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성능 등급을 매기는 한국감정원 등 인정기관들도 성능 등급 공개에 미온적이다. 이 기관들은 성능 등급 한 건당 1000만원 가까운 수수료를 받지만 "건설사에 밉보일 수 있다"며 인정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담당 부서인 국토해양부도 "인정기관들의 업무"라며 발을 빼고 있다.

    성능 등급 검증 자체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사업자가 높은 등급을 받은 경우 분양가를 높일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있지만, 설계도만 보고 평가하기 때문에 실제 아파트가 설계도대로 지어졌는지 나중에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확대 방침… "제도 보완 필요"

    이런 상황에서 국토해양부는 현재 1000가구 이상 단지에만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이 제도를 올해부터 500가구 이상 단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한국감정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LH·한국시설안전공단 등 4개 인정 기관의 감정 업무도 현재 매년 100여건에서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이 기관들은 20일간 서류를 검토하고 800만~90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한 인정기관 관계자는 "10여명의 전문가가 20일간 서류를 보고 건설사들로부터 '이렇게 시공하겠다'는 각서까지 받지만 한계가 있다"며 "감리 단계에서 실제 해당 자재로 시공했는지 확인·검증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민수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에 평가 내역을 공개하도록 유도해 중소 건설사들이 아파트의 질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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