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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평면 이렇게 달라졌다_틈새 공간 합쳤더니 방 5개가 '짠'… 트랜스포머 같은 아파트

    입력 : 2012.09.13 03:19

    같은 평수여도 효율적인 활용에 초점
    360도 보이는 파노라마 조망권 인기
    1~2인용 주택, 벽·가구 자유자재로

    1980년대만 해도 아파트라고 하면 이른바 '3LDK(Living Dining Kitchen)'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국민주택 규모라고 불리는 전용면적 85㎡ 기준으로 방 3칸에 거실과 주방이 딸린 구조다. 1990년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개발기에는 '빨리, 싸게, 많이'라는 구호 아래 대량 공급을 위해 3LDK 평면이 건설업계에 교과서처럼 굳어졌다.

    나에게 맞는 똑똑한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아파트 평면도 진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광주광역시에서 분양한‘유니버시아드 힐스테이트’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방문객들이 아파트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이 아파트는 단지의 80% 이상이 84㎡형이지만 각기 다른 다섯 가지 종류의 평면을 선보였다. /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그러나 아파트 평면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를 필두로 주상복합과 다양한 유형의 주택이 속속 들어서고 소비자 입맛과 눈높이 역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서 평면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 것. 집을 짓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이 끝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건설업계도 좀 더 넓고, 좀 더 편리한 이른바 '콤팩트(compact) 평면'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달 초 인기리에 첫 아파트 청약을 끝낸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는 최근 아파트 평면의 진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똑같은 크기의 아파트를 얼마나 더 넓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드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KCC건설은 84㎡B형 아파트에서 기존 면적의 60%에 달하는 약 50㎡를 서비스 면적으로 내놨다. 발코니를 확장하면 집주인이 사용할 수 있는 총 면적이 130㎡ 이상으로 늘어난다.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를 내고 사실상 중대형에 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GS건설은 방 다섯 개짜리 중소형 아파트 외에 천장 높이를 240㎝로 일반 아파트보다 10㎝ 높여 실내가 더욱 넓고 쾌적한 느낌이 들도록 하는 평면을 선보였다.

    현대건설이 최근 분양한 아파트에 설치한 유비쿼터스신발장. / 현대건설 제공

    최근 아파트 평면 개발은 발코니 공간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반도건설이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에 선보인 '반도유보라2차' 아파트 59㎡C타입은 100㎡ 이상 중대형에서도 쉽게 볼 수 없던 4.5베이 평면을 적용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방 3개와 거실, 안방, 욕실을 각각 앞쪽 발코니로 배치해 실내면적이 30㎡나 넓어졌다. 대림산업이 최근 경북 포항시 북구에서 선보인 '양덕 e편한세상'은 3개 주택형 335가구에 폭 2m짜리 광폭발코니를 도입했다. 일반적인 1.5m짜리 발코니와 비교해 7㎡(2평) 안팎의 면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실수요자를 겨냥한 서비스 평면은 분양성적에도 반영됐다. 호반건설이 최근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전용면적 59㎡에 서비스 면적 22㎡(7평)를 제공한 결과 평균 청약경쟁률 6.3대 1을 기록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81㎡까지 늘어나 '중형 같은 소형 아파트'를 만든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주택 내부의 가구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도록 설계한 한화건설의 1~2인용 주택 내부 / 한화건설 제공

    최근에는 270도, 360도 조망이 가능한 파노라마 조망권 아파트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파노라마 조망' 아파트는 실내에서 3면이나 4면으로 밖을 볼 수 있도록 만든다. 부산 광안동 '쌍용 예가 디오션'은 광안리 해수욕장은 물론 남동쪽 광안대교와 오륙도, 서쪽의 황령산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파노라마 조망권을 앞세워 평균 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전 주택형이 청약 마감됐다.

    한화건설은 최근 벽과 가구를 자유자재로 바꿔 기존 공간보다 20%쯤 공간 활용도를 끌어올린 1~2인용 원룸주택 평면을 내놨다. 움직이도록 설계된 가구를 통해 책장·화장대·옷장을 한군데로 몰고 침대가 책상으로 바뀌기도 하는 이른바 트랜스포머 퍼니처도 개발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1~2인 가구의 경우 주방 사용시간이 짧기 때문에 주방에 포켓 도어를 달아 필요할 때만 꺼내쓰도록 했다"며 "현관에도 작은 문을 설치해 프라이버시 보호와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이 최근 분양한 아파트에 설치한 가변형 벽체. / 포스코건설 제공
    건설업계의 평면 경쟁은 죽은 공간을 찾아내 최대한 쓸모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GS건설이 최근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 선보인 아파트는 전용면적 84㎡C형의 경우 틈새 공간을 활용해 만든 추가 공간을 뜻하는 '알파룸' 두 개를 마련해 방 개수를 최대 5개까지 늘렸다. 이 아파트 김보인 분양소장은 "2~3년간 중소형 아파트 평면을 연구한 결과 대형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는 방 5개가 중소형에서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분양 대행사인 더감 이기성 대표는 "주택 수요가 제한된 불황기에는 좀 더 값싸고 효율적인 평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평면을 개발하느냐에 분양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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