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20 03:11
주택금융公 상품 원래 무관, 시중은행은 대출 실적 미미
정부가 지난 17일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DTI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것은 규제의 일부 불합리한 부분을 고쳐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중엔 아무 실속도 없이 단지 립서비스에 그치는 내용도 있다. 주택연금(역모기지)에는 DTI 적용을 면제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역모기지를 활성화시켜 은퇴자들의 부동산 투매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역모기지 대출에는 지금도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으로 변할 게 없는 셈이다.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타는 역모기지에는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다. 공기업인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상품과 일반 시중은행의 상품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역모기지는 집을 담보로 맡겨놓고 죽을 때까지 연금을 타는 방식이다. 5년 전 도입돼 최근 가입자가 1만명을 돌파했다. 이 상품은 9억원 이하 주택을 가진 60세 이상 부부를 대상으로 한다. 이 상품은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일반 시중은행도 역모기지 상품을 팔긴 한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 돈을 연금 형식으로 받는데, 만기가 되면 그동안 연금 형식으로 받은 돈을 한꺼번에 상환해야 한다. 마땅한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대출 만기보다 오래 산다면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반 시중은행의 역모기지는 인기가 없었다. 국민은행은 2008년에 역모기지 상품을 출시했지만 지금껏 대출이 17건밖에 없었다. 2004년 출시된 신한은행의 역모기지도 지금까지 334명만 빌려갔다. 주로 주택금융공사의 역모기지 상품 이용 자격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이 이용했다. 우리·하나은행은 관련 상품을 아예 만들지도 않았다.
A은행 관계자는 "역모기지 상품은 만기 때 집을 팔아 갚을 수 있을 거라는 판단 때문에 지금까지 DTI와 상관없이 대출이 나갔다"고 말했다. 그동안 역모기지는 DTI 규제의 사각지대였는데 정부가 이를 명확하게 해 준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