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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된 보금자리, 주택시장 애물단지로

    입력 : 2012.06.26 03:16

    수도권에 빈집 널려… 집 사겠다는 사람 없는데도 정부, 오히려 주택 공급 나서
    지구 지정 43만 가구 해놓고 실제 공급은 10%도 안돼

    "건설사 입장에선 수도권 전체가 거의 '지뢰밭'이라고 봐야지요. '살기 좋겠다' 싶은 곳에는 다 보금자리주택지구라고 깃발을 꽂아 놨는데 겁나서 분양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에서 분양을 담당하는 김모(53) 이사는 각종 택지개발사업 계획이 표시돼 있는 수도권 지도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김 이사는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없는데 정부가 나서서 수십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 계획을 발표해 주택시장이 마비됐다"며 "정부가 한쪽에선 주택 시장을 살리는 대책을 발표하고, 한쪽에선 보금자리주택으로 시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민·저소득층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기 위해 시작한 보금자리주택사업이 주택시장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건설업계에선 "보금자리주택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주택 수요자들도 "요즘은 보금자리주택이 더 비싼 것 같다"며 외면한다. 정부도 토지보상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어 난관에 봉착했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과잉 부추겨"

    국토해양부는 2008년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주변 시세의 50~80% 수준에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국토부가 2009년 서울 강남 세곡동과 우면동의 보금자리주택을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에 공급할 때만 해도 수요자가 몰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 국토부는 지난해 말까지 수도권에서만 19개 지구에 총 30만1000가구의 보금자리주택 사업승인을 냈다.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건설 현장 전경. 보금자리주택은 당초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 국면에서도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개발 계획을 내놓으면서 주택 시장을 왜곡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석우 기자

    그러나 현재 수도권에선 팔리지 않는 집이 곳곳에 널려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2만6595가구에 달한다. 이 때문에 민간 건설사들은 최근 2~3년 사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도권에서 신규분양 사업을 거의 벌이지 않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시장에서는 재고가 쌓이면 공급을 줄이는 것이 상식인데 정부는 상식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공급은 계획의 7.5%에 불과

    정부가 대규모로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지정하고 있지만, '계획'만 엄청날 뿐 실제 공급량은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택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정부가 곧 집을 엄청나게 짓기 때문에 지금 집을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일종의 '착시효과'가 나타난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말까지 사업승인을 마치는 보금자리주택 수는 58만7000가구에 달한다. 이 중 실제 주택을 청약받아 공급한 주택 수는 5월까지 단 7.5%인 4만4000가구에 불과하다. 문제는 언제 이 주택이 공급될지는 기약이 없다는 것. 보금자리주택의 대표적인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34조원가량의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토지 보상비를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지금처럼 진행되면 지난 정부 시절 지구만 지정하고 사업이 중단됐던 신도시·택지지구 사업과 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현 정부와 함께 '순장'될 수도

    정부는 보금자리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계획은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보금자리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금자리주택이 현 정부의 대표적인 사업이고, 반대 여론도 많아 이번 정부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사업이 중단돼 '순장(殉葬)'될 운명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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