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14 03:07
불황기엔 소형이 가격 하락폭 작아… 낙찰받은 뒤 시세 떨어져도 안전한 편
소형은 되팔기 쉽고 소액 투자 가능 … 33~66㎡대는 감정가 수준서 낙찰
임대 수익 거둘 수 있는 부동산도 인기… 경매 나온 오피스텔 20%는 1회차 낙찰
"이 빌라 5층에서는 남산 조망이 가능합니다. 신축 건물이라 시설도 좋고요. 감정평가액은 3억7000만원 선이지만 두 번 유찰되면서 2억4000만원부터 입찰할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오전 지상 4~5층짜리 빌라 수십채가 몰려 있는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한 주택가.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의 설춘환 교수가 수강생 4명에게 최근 경매에 나온 A빌라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는 30대 투자자부터 노후에 살 전원주택을 알아보는 50대 실수요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김미정(44)씨는 올해 안에 1억5000만원가량을 들여 소형 아파트를 경매로 살 생각이다. 그는 "전세를 끼고 낙찰받으면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좋은 물건이 나왔을 때 살 수 있도록 미리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최윤영(30)씨는 지방에서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소형 주택 등에 관심이 많다. 그는 직장인 수요가 많은 평택 등 경기 남부 지역에서 나오는 물건의 경매에 도전할 계획이다. 진춘일(51)씨는 경매로 노후에 조용히 살 만한 전원주택이나 농가를 구매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불황이 이어지면서 아파트나 빌라, 오피스텔 등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경매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매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살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최저 경매가가 20~30%씩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지금처럼 집값이 떨어지는 불황기에는 경매로 저렴하게 물건을 낙찰받으면 일반 거래를 통해 집을 살 때보다 가격 하락 폭이 작다. 반면 낙찰받은 후 집값이 오르면 시세 차익은 더 커진다. 가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한 것이다.
설춘환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불황이라 경매 시장도 움츠러드는 분위기가 있지만 시장 상황이 나아지는 터닝포인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물밑에서 많이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경매 시장에서는 '소형'과 '수익형 부동산'이 최대 관심 종목이다. 이 중에서도 소형 주택이 인기다.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는 트렌드가 경매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소형 주택은 불황에도 중대형보다 가격 하락폭이 작고 낙찰자가 직접 살거나 세놓기도 쉽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법원 경매에서 낙찰돼 소유권 취득까지 마친 아파트 11만9686가구 중 74%(8만8215가구)가 85㎡(25평) 이하 소형이었다.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도 전체 아파트 중 33~66㎡대의 물건이 96.2%로 가장 높았다.
오피스텔처럼 꾸준히 월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도 경매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저렴해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1~2인 가구 수요가 늘어 되팔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그만큼 경매에 나오자마자 주인을 찾는 경우도 많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1년 3월부터 1년간 법원 경매에 나온 오피스텔 중 약 20%가 첫번째 입찰에서 낙찰됐다. 반면 같은 기간 첫번째 입찰에서 낙찰된 아파트의 비중은 전체의 2.4%, 연립주택은 7.8%에 그쳤다. 지난달 서울에서 경매가 진행된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평균 92%까지 치솟는 등 몸값도 뛰고 있다.
하지만 시세나 실거래가보다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경매시장에 나온 물건은 채권·채무가 복잡하게 얽혀 있거나 근저당·임대차 등 권리관계도 복잡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 부동산태인 정대홍 팀장은 "불황일수록 경매 시장에 물건이 많아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좋은 물건을 고르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며 "가격만 살펴서 입찰에 나서기보다는 낙찰을 받고 문제가 없을지 스스로 발품을 팔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