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5.14 03:03
[5·10 부동산대책 발표… 첫 주말 분위기 어땠나]
서울시, 기존 방침 고수 - 정부보다 하루 앞서 발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임대주택 공급 더 늘리기로
정부-서울시 협의가 절실 - 도시계획委가 재건축 좌우
용적률 상향 등 번번이 제동… 결정권 가진 市와 조율해야
정부가 '5·10대책'에서 재건축 규제를 대거 해제했지만 시장에는 봄바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시라는 또 다른 큰 산이 버티고 있는 탓이다.
정부가 각종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지만 재건축사업의 실질적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임대주택 확대 등 규제 강화 드라이브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표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책은 '1대1 재건축'을 할 때 기존 주택 면적의 증가 범위를 넓혀준 것. 지금은 기존 주택 면적 대비 10%까지만 늘릴 수 있지만 앞으로 증가 범위가 10% 이상으로 더 확대된다.
또 뉴타운 내 재개발사업에만 적용하던 '용적률 인센티브제'가 재건축사업에도 적용된다. 늘어난 용적률의 20~50%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지을 경우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허용해 주는 것. 현재는 250%가 상한이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를 더 많이 지을 수 있고 일반분양 물량도 늘어난다. 그만큼 조합원 부담금은 줄고 사업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서울시다. 서울시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 별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소형 주택 확대 등 재건축의 공공성 강화 방안을 줄기차게 내놓고 있다. '5·10대책'이 나오기 전날인 9일에도 서울시는 '저가·고품질 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며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직접 재건축사업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재건축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예컨대 재건축사업 수익성을 높이려면 도시계획위를 통해 용적률 상향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도시계획위를 통과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들다.
실제 대치동 은마·잠실 주공5단지 등은 가구 수를 더 늘리려고 용도 변경을 추진했다. 하지만 가락 시영 외에 용도 변경이 허용된 경우가 거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4·11 총선' 이후 반짝했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달 초 5억8000만원이던 개포동 주공4단지(36㎡)는 5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고 도곡동 도곡렉슬, 대치동 선경1·2차 등도 1주일 전보다 1000만원쯤 떨어졌다.
개포동 'C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성은 결국 서울시의 결정에 달렸다"며 "투자자들은 정부 정책보다 박원순 시장의 입을 더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연구위원은 "재건축은 지방자치단체에 결정 권한이 많은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절충점을 찾아 정책 방향을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