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4.25 03:06
서울시 출구전략 발표에 흑석뉴타운 등 7% 급락… 주택 공급에도 빨간불
뉴타운 사업 포기하려해도 매몰비용 주민 부담 클 듯
서울지역 뉴타운 시장이 다시 가라앉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9일 사업이 지지부진한 뉴타운·재개발 구역에 대한 사업취소 기준을 제시하면서 사업 초기 단계의 뉴타운들이 줄줄이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주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면 뉴타운·재개발 사업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서울에서 재개발·뉴타운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610곳 가운데 추진위조차 설립하지 않은 사업 초기 구역은 317곳에 달한다.
'퇴출대상 뉴타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감이 커지면서 뉴타운 지분(입주권) 가격 역시 하염없이 추락 중이다. 올 초 3.3㎡(1평)당 3112만원이던 흑석뉴타운의 평균 지분값은 최근 2896만원으로 7%쯤 떨어졌다. 수색증산뉴타운은 최근 2개월 새 3.3㎡당 200만원 가까이(2401만원→2214만원) 하락했다. 사업속도가 비교적 빠른 아현뉴타운도 같은 기간 4% 이상 떨어졌다.
뉴타운 예정지의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 사업성 악화→사업 장기화→사업 포기의 악순환이 현실화하면서 주택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의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최근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사업 반대 주민이 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사업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뉴타운 사업을 포기하려고 해도 그동안 사업 추진에 들어간 비용, 이른바 매몰비용 보전방안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일부 대규모 뉴타운(조합원 2000명 이상)의 경우 100억원이 넘는 사업 추진비가 들어간 곳도 있어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해산할 경우 그 부담을 주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서울시가 조합설립 인가를 취소할 경우 일정 비율 보전해 줄 방침이지만, 아직 세부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고 국토해양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건설업계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건설경기가 가뜩이나 안 좋은데 뉴타운 지구마저 대거 해제될 경우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건설사의 재개발·재건축 수주액은 2010년 18조원에서 지난해 15조원, 올해는 2조원(2월 말 현재)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 만큼 그동안 10년 넘게 끌어왔던 뉴타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선 실행방안이 좀 더 구체적으로 담긴 대책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출구전략대로라면 자칫 뉴타운 주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조합원들 간의 갈등과 분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사업성 여부뿐 아니라 주거정비, 도심재생이라는 뉴타운의 근본 취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타운(New Town)
서울시가 낙후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정한 주택개발지구. 2002년 은평·길음·왕십리 등 3곳이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2003년 12곳(2차), 2005년 11곳(3차) 등 총 26곳이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