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08 03:06
수도권 부동산 침체 여전… 3순위까지 내려갔지만 절반 가까이 마감 못해
세종시·광주 등 지방은 1순위에서 모두 분양
지난 1일 올해 첫 분양이 시작된 송도국제도시는 들뜬 분위기였다. 이날 문을 연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의 모델하우스에는 하루에만 1만2000여명이 몰리면서 입구와 상담석마다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닷새 후에 나온 청약 결과는 실망이었다. 지난 5~6일 포스코건설이 청약을 접수한 '송도 더샵 그린워크 2차'는 7개 주택형 중 두 곳만 3순위에서 마감했고, 대우건설의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는 8개 주택형 가운데 세 곳이 미달됐다. 송도의 S공인중개사무소 김모(48) 대표는 "올해 송도에 처음 선보인 단지이고 대형 건설사가 분양했는데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앞으로 '송도=미분양' 공식이 굳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잇따른 청약 미달과 함께 침체를 거듭하던 수도권 분양시장이 더욱 위축되는 모습이다. 올 들어 지방은 경남 양산·충남 세종시 등지에서 두자릿수 이상의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송도국제도시와 광교신도시에서는 분양하는 단지마다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청약에 나선 16개 단지 가운데 3순위 이내에 마감된 단지는 9곳. 이 가운데 세종시와 광주·부산광역시, 경남 김해 등 지방 분양 아파트는 1순위에서 모두 마감됐다. 지난 6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양산 반도유보라 4차' 역시 최고 1.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방의 청약 열기와 달리 수도권은 여전히 얼어붙은 상태다. 최근 광교신도시에서 총 349가구를 모집한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는 3순위까지 171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건설사들도 청약시장의 '불씨'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는 미분양을 최대한 빨리 해소하기 위해 발코니 확장, 붙박이장 무료 설치, 중도금 대출 이자 후불제 등 계약자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른 건설사는 송도의 미분양 아파트 계약을 성사시킨 부동산중개업소에 200만~30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침체된 수도권 주택시장을 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대부분 중소형 위주로 구성돼 있고 분양가도 주변 시세 수준으로 낮은데도 불구하고 번번이 청약에 실패할 정도로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점에서다. 올해 송도에서 처음 분양한 두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도 3.3㎡당 1100만~1200만원으로 기존에 공급된 아파트 분양가보다 100여만원 낮았다.
그런 만큼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값이 약세를 보이고 투자자들 사이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나지 않는 한 분양시장 역시 계속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 등으로 주택시장이 워낙 가라앉은 상태여서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일부 규제 완화만으로 투자 심리를 살리기 어렵다"며 "요즘처럼 거래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집값의 등락 폭이 커져 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