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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기 나빠도 해외건설은 웃는다

    입력 : 2012.03.08 03:08

    "올 700억달러 수주"
    민주화 혁명 지나간 중동 개발 붐…
    건설사들 공격적 영업…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한국의 대형 건설사는 거의 다 들어 와 있다고 보면 됩니다. 최근엔 플랜트 외에도 건축 발주 물량도 많아 발주처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현대건설 사우디아라비아 알코바지사에서 근무하는 최진우씨는 "요즘엔 발주처를 오가다 보면 한국 건설사 직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 상위 10위권 건설사만 몰려 있었으나 최근엔 한라건설과 KCC건설도 지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중견 건설사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은 165억달러어치의 공사를 따냈다. 사우디는 지난해 3월 주택 50만호 건설 사업계획(670억달러 규모)까지 발표해 전 세계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업체들의 텃밭인 중동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건설시장의 분위기가 개선돼 한국 건설사들이 바빠졌다. 대부분 건설사는 해외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20~30%에서 최대 2배까지 올려 잡고 전의(戰意)를 다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루와이스 석유화학단지 건설현장에서 GS건설이 길이 61m, 무게 1860t짜리 리제너레이터(촉매 재생기기)를 설치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해외건설 시장의 여건이 개선돼 한국 건설사들이 700억달러어치의 해외 공사를 수주할 것으로 전망했다./GS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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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해외건설 700억달러 수주"

    지난해 중동에서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고, 유럽발 금융위기까지 터져 해외건설 시장에는 악재(惡材)가 겹쳤다. 한국 건설사들은 이런 가운데서도 역대로 두 번째로 많은 591억달러의 해외공사를 따냈다.

    올해는 중동 민주화 시위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유럽 금융위기도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이하 해건협) 이사는 "지난해 우리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서 맨땅에서 축구경기를 했다면, 올해는 잔디밭에서 한다고 할 정도로 여건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전문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Global Insight)'도 세계 건설시장 규모가 지난해 7조3000억달러에서 올해 6.2% 성장해 8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해건협은 올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공사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109억달러 많은 700억달러(약 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에서 절반가량인 370억달러, 아시아에서 220억달러, 중남미 50억달러, 아프리카 40억달러를 수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민주화 시위 마무리, 대규모 공사 발주할 듯

    지역별 상황도 많이 개선됐다. 민주화 시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중동 국가들은 미뤄왔던 대형 플랜트 공사를 속속 발주할 채비를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튀니지와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를 바로 옆에서 지켜봤던 중동 국가들이 국민들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민생형 인프라' 건설 공사를 대규모로 발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시장도 인도와 싱가포르, 중국 중심으로 공사 발주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경우 '제12차 경제개발계획'의 하나로 올해부터 5년간 인프라 건설에 1조달러를 투자할 예정인데, 580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조성사업과 철도·도로 건설 계획이 포함돼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나이지리아·가나 등 산유국과 남아공 같은 자원 보유국의 건설 수요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나이지리아는 막대한 원유(372억 배럴)와 천연가스(5.25조㎥) 매장량을 기반으로 50억달러 규모의 가스처리 시설공사와 발전설비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중남미의 브라질·콜롬비아·베네수엘라 등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 대규모 교통·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대형건설사 해외시장 공격적으로 공략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영업 전략도 공격적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해외에서 44억달러의 공사를 수주했지만, 올해 목표 수주금액은 2배 이상 많은 100억달러로 정했다. 대우건설도 올해 해외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26% 늘어난 64억달러로 정했다. 삼성그룹 내에서는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 70억달러로 국내 건설사 1위를 차지했던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두 기업이 해외건설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의 모임인 한국건설경영협회에 따르면 올해 31개 대형 건설사의 해외 수주 목표액은 75조713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5.9% 수준이다. 2007년 17%였던 것이 불과 5년 만에 3배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시장 진출은 단순 시공이 많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단순 시공 공사는 규모는 크지만 수익성은 낮은 편"이라며 "우리 건설사들이 대규모 공사를 전체적으로 총괄하면서 시공사 선정과 금융, 자재구매, 엔지니어링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선진국형 건설사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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