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16 03:03
이사철 앞두고 서민들 걱정
서울 도봉구 창동에 사는 오모(41)씨는 작년 말 집주인한테서 전세금을 5000만원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가 사는 A아파트 115㎡(34평)는 2년 전 2억1000만원 선이던 전세금이 현재 2억6000만원대까지 뛰었다. 오씨는 중학생 딸(15)의 교육을 감안해 노원구 중계동으로 옮기려고 최근 전셋집을 알아봤지만 포기하고 말았다. 2년 전 2억2000만~2억4000만원 선이던 중계동 일대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 전세금도 3000만~5000만원 정도 올랐던 것. 그는 "요즘 전세금이 좀 떨어진다고 하더니 실상은 전혀 다르다"며 한숨을 쉬었다.
아파트 전세금이 지표상으로는 떨어지고 있지만 서민들의 체감 전세금 부담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15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지난해 12월 평균 0.2%, 수도권은 0.3% 각각 떨어졌다. 올해도 전세금은 서울과 수도권이 매주 0.1% 안팎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상보다 겨울방학 학군 이주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설 연휴를 앞두고 있어 전세 거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전세금 하락은 지난 2년간 상승 폭에 비하면 피부로 느낄 수 없을 만큼 미미한 수준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는 1월 현재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금을 모두 합한 시가총액은 619조원으로 2010년 1월(521조원)보다 98조원 늘었다고 밝혔다. 2년간 전세금이 24% 오른 셈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60조원에서 310조원으로 50조원, 경기도가 165조원에서 199조원으로 34조원 각각 늘었다. 수도권에서 2년간 전세 시가총액이 감소한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최근 전세금이 큰 폭으로 떨어진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아파트 전세금도 2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수천만원씩 올라 있다. 대치동 은마 102㎡는 작년 9월 최고 3억8000만원에서 현재 3억2000만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2년 전인 2010년 1월(2억6000만원)보다 6000만원이나 올라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109㎡도 현재 전세금이 5억원대로 작년 가을 이사철(5억2000만원)보다 2000만원쯤 내렸지만 2년 전보다는 1억원 이상 급등한 상황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작년 초 2억3000만원 선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이 1년 만에 3000만원 이상 올랐다"면서 "설 연휴 이후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면 서민들의 전셋집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