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04 03:53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금, 2년 전보다 3145만원 올라… 작년 재계약 인상분의 1.7배
지난달 서울 주택전세금, 2년 11개월만에 하락세로… 세입자 부담 다소 줄어들수도
2010년 3월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13㎡(34평)에 전세를 들었던 김모씨는 요즘 재계약을 앞두고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2년 전 전세금은 3억3000만원이었지만 최근 전세시세가 4억2000만원까지 오른 것. 그는 "2년 만에 거의 배 가까이 전세금이 올랐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집주인이 시세대로 다 받겠다고 하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대차기간 만료에 따라 2년마다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하는 아파트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 인상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작년 초 아파트 전세계약을 갱신한 경우에는 가구당 평균 1892만원을 올려줬는데 올해 초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 세입자는 2년 전 전세보증금에서 3145만원을 추가로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는 3일 전국의 아파트 평균 전세금을 분석한 결과, 가구당 평균 1억5289만원으로 2년 전(1억2144만원·2010년 초)보다 3145만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지난해 초 전국의 아파트 평균 전세금(1억3224만원)은 3년 전(1억1332만원·2009년 초)보다 1892만원 상승했다. 즉 올해 전세 계약을 경신하는 세입자가 지난해 재계약했던 세입자보다 추가로 내야 하는 전세보증금 부담이 1.7배(1253만원) 더 늘어난 셈이다.
아파트 전세 계약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세입자가 최소 2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있어 대개 2년마다 이뤄진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부산·대전 지역에서 재계약에 따른 추가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의 올해 초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2억6229만원으로 2년 전보다 가장 많이 올랐고(4722만원), 부산은 4221만원(1억478만원→1억4699만원), 대전 3465만원(1억331만원→1억3796만원), 경기 3156만원(1억2407만원→1억5563만원) 순으로 세입자의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가을 이사철이 끝나면서 전세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고 있어 상승분 전액이 세입자 부담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은행이 3일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전세금은 전월 대비 0.1% 떨어지는 등 2009년 1월 이후 2년 11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그동안 전세금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구를 비롯해 성북·도봉·동작구의 전세시세는 지난 한 달 동안 0.3% 이상 내렸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지난해에는 전세금이 더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미리 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많아 전세시세가 급등했다"며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경기침체에 따른 고가 전세주택 수요 감소 등으로 전세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시장의 근본적인 수급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세난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