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30 03:00 | 수정 : 2011.12.30 10:23
설계자 유걸씨가 말하는 '열린 공간'
Glass… 유리는 죄가 없다 - 유리건물 열효율 떨어진다고?
처마처럼 돌출된 지붕 이용…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햇볕
Grass… 잔디가 시청 안으로 - 1층부터 7층까지 식물 심어 광장의 잔디 들어온 듯 설계
신관(新館)은 지하 5층·지상 13층, 연면적 7만1811㎡ 규모의 커튼월(골조만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공법)로 지어진 유리 건물이다. 현재 골조는 완성됐고, 6948개에 이르는 외장 유리를 붙이는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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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민에게 열린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서울광장을 수직으로 신관 내부까지 연장하는 게 콘셉트였다"고 했다. 내부로 들어오면 외벽 안쪽으로 평균 10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수직정원'이 있다. "광장의 잔디가 벽을 타고 오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1층부터 7층까지 약 2000㎡의 벽면에 라벤더·팔손이 등 10만여 본의 식물을 심을 예정이다. 그는 "'에코플라자'로 불리는 이 공간은 완충 지대이자 냉·난방에 드는 에너지를 줄이는 친환경공간"이라 했다.
유씨는 "시민의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신관 지붕 안에 있는 공간 3개가 핵심"이라 했다. 콘서트홀·회의실 등으로 쓰일 '다목적홀', 전망대인 '하늘정원', 이 둘을 잇는 통로 격인 '시민라운지'다. "건물 끝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미칠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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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건물이라 열효율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묻자 유씨는 "유리는 죄가 없다. 스마트하게 쓰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그가 신관 앞쪽 지붕의 '오버행(overhang·처마처럼 돌출된 부위)'을 가리켰다. "건물의 음영(陰影)이 깊기 때문에 태양 고도가 높은 여름엔 지붕 아래로 그늘이 져 시원하고 태양 고도가 낮은 겨울엔 건물 안쪽 깊숙이 햇빛이 비친다. 한옥의 처마와 비슷한 원리다." 그는 "일반 유리자재보다 열 통과율이 2.2배 낮은 '삼중 로이(triple Low-E) 코팅 유리'를 적용해 여름철에도 뜨겁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주변에 비해 나지막한 층고(層高)에 대해선 "사막에 랜드마크를 세운다면 고층건물이 어울리겠지만 산이 많은 한국의 지형에선 수직보다는 수평이 강조되는 건물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일부에선 신관이 일제시대에 지어진 본관(本館)과 조화를 못 이룬다는 지적이 있다. 그는 "무조건 비슷하게 지어야 어울린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고 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본관은 철거하는 편이 나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보존을 위한 보존 같다. 도시의 건축 환경에서 건물의 역할을 봐야 한다. 본관은 서울광장과 태평로 사이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고 완성도 높은 근대 건축물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시장이 (오세훈에서 박원순으로) 바뀌었다. 건축주가 바뀐 셈 아니냐"고 묻자 "건축주가 아니라 책임자가 바뀐 것"이라 했다. 그는 "'시민들의 시청'이라는 측면에서 박 시장이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공공건물을 지을 때 책임자가 자주 와서 잘 돼가고 있는지는 봤으면 한다"며 "간섭은 안 되지만 관심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쉬운 부분으로 광장을 꼽았다. "현재 광장은 사람들이 잔디를 못 밟고 밖으로 둘러 다니는데 어떻게 광장인가. 당초 녹지를 청사 쪽으로 배치하고 현재 광장의 잔디를 걷어내 공연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예산 문제로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