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21 06:35
3~4인 가구 비중 줄었어도 여전히 절반 이상 차지
주택 공급 줄어 전세난 가중… 소형 주택은 공급 초과 우려
최근 수도권에서 3~4인 가구가 살 수 있는 전세집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주택 공급이 1~2인 가구가 주로 찾는 소형에만 몰리면서 3~4인 가구를 위한 85㎡ 안팎의 중형 주택은 전세시장에 '귀한 몸'이 되고 있다.
◇3~4인 가구 더 많은데 공급 줄어
올해 수도권 주택 공급시장은 '소형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인 가구가 선호하는 60㎡ 이하 소형 주택은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7만9903가구가 공급됐다. 수도권 전체 공급량(17만3000가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2008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배쯤 늘어났다. 이에 반해 3~4인 가구가 주 수요층인 60~85㎡ 주택 공급량은 같은 기간 6만1251가구로 전체의 35%에 그쳤다.
2008년 이후 3~4인 가구가 많이 찾는 중형 주택의 공급 비중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3~4인 가구가 가장 많다는 것. 5년 전보다 비중은 줄었지만 지난해 수도권 825만여가구 중 3~4인 가구는 392만여가구(48%)로 1~2인 가구(363만여가구·44%)보다 많았다. 2005년에는 수도권 1~2인 가구는 285만여가구(38%), 3~4인 가구는 384만여가구(52%)였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연구위원은 "3인 이상 가구가 여전히 다수인 상황인데도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을 미리 걱정한 나머지 정부정책이 지나치게 소형 위주로 짜이면서 정작 3~4인 가구를 위한 주택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월세 대책을 여러 차례 내놨지만 신규 공급 측면에서는 대부분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주택 건설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췄다.
◇"3~4인 가구 전세난 또 온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3~4인 가구가 사는 중형 주택의 전세금도 고공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중형(63~96㎡)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11월 말 기준 105.6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3.2% 뛰었다. 같은 기간 11.6%가 오른 소형(63㎡ 미만) 전세가격 상승률을 앞지르고 있다. 전세가격지수는 2011년 6월을 100으로 했을 때 수치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미아1차' 아파트(85㎡)를 2년 전 1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했던 직장인 김모(40)씨는 "내년 초 재계약이 다가오는데 전세금이 5000만원 이상 올랐다"면서 "아예 경기도로 옮겨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내년 이사철에 전세 재계약을 해야 할 서울의 3~4인 가구가 올해 치솟은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소형 주택은 포화 우려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 주택은 공급이 포화 상태에 가깝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입자를 못 구해 비어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원룸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도시형생활주택은 현재 20여개 방 중에서 절반이 비었다.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박모(40) 실장은 "주변에 원룸이 우후죽순 생긴 데다 신혼부부도 도시형생활주택은 비좁아서 싫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3~4인 가구를 위한 주택 공급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면서 "일단 비어 있는 국민임대주택의 입주자격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전세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