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09 03:01
[최고 35층 8903가구… 서울 가락 시영아파트 재건축 확정]
용도 2종에서 3종으로 올려 이례적으로 용적률 높여줘
1179가구는 장기전세주택, 공공성·수익성 동시에 만족… 인근 재건축 단지 영향 줄 듯
서울시는 가락 시영아파트의 정비 구역 용도를 2종(種)에서 3종으로 올려 용적률을 최대 285%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평균 28층, 최고 35층짜리 아파트 8903가구(장기 전세 1179가구 포함)가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성과 공공성 모두 잡으려는 서울시
1980년 준공된 가락 시영아파트는 6600가구 규모의 5층짜리 저층 아파트 단지다. 2000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지만 주민들 간에 마찰과 소송이 끊이지 않아 11년째 사업이 지연돼 왔다. 조합원 이모(64)씨는 "그동안 경기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고 재건축도 차질을 빚으면서 '다 끝났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번 결정으로 가락 시영은 총 8903가구의 초대형 단지로 개발된다. 서울시는 가락 시영 재건축을 결정하면서 공공성도 고려했다. 새로 들어서는 전체 아파트의 약 13%(1179가구)를 전용면적 59㎡(17평) 이하 장기 전세 주택으로 짓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는 단지 안에 공원과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 복지시설 등 기반 시설도 확보할 계획이다.
서울시 김효수 주택본부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가락 시영의 '종 상향' 결정이 재건축 시장에 의미 있는 신호가 되리라고 본다"며 "지연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장기 전세 주택도 확보해 조합과 시(市)가 '윈-윈'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종 상향'에 기대 부푼 재건축 조합
서울시는 가락 시영아파트 재건축안의 '종 상향' 통과를 놓고 "속도 조절 논란을 뒤엎는 사례"라며 "가구 수가 늘면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 투자 수익률도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이 강남권에서 추진되고 있는 다른 재건축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둔촌 주공, 고덕 주공, 잠실 주공5단지 등 인근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종 상향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 결정으로 가락 시영아파트 주민들 역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졌다. 특히 정부가 지난 7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기로 한 것과 맞물리면서 더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날 가락 시영아파트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집값 동향을 묻는 아파트 주민들의 전화가 평소보다 2~3배 이상 쏟아졌다. 상당수 집주인은 매물로 내놓았던 집을 다시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2000만~3000만원씩 높였다. 지난주까지 4억8000만원에 팔렸던 43㎡형 아파트는 이날 '5억원에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왔는데도 집주인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거래를 미뤘다고 한 중개업소 사장이 전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그러나 서울시의 이번 종 상향 결정이 재건축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가락시영공인' 이종각 대표는 "오늘 저녁까지 전화가 20통 넘게 걸려왔지만 '집을 언제 파는 게 좋겠냐'고 물어보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며 "매수자도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 당분간 거래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박 시장의 '속도 조절론'에 대한 우려를 조금은 덜었지만, 전반적인 주택 시장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며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급락을 막는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