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18 03:07
[주택시장 온도차 왜]
수도권, 다세대 건축 열기 - 아파트론 더이상 재미 못봐
꼬박꼬박 임대수입 짭짤… 퇴직 앞둔 50~60대 관심
지방, 모델하우스 장사진 - 전세금 비율이 집값의 70%
새 아파트에 대한 욕구 높아… 상대적으로 싼 가격도 매력
#1. 17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단독주택가. 평일 낮, 조용해야 할 이곳에 건축자재를 실은 트럭이 지나고 망치질과 용접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허름한 주택을 허물고 4층짜리 다세대주택을 짓는 공사가 골목 곳곳에서 한창이었다. 최근에 지은 연립주택 4~5채도 보였다. 망원동 S공인중개사무소 사장은 "최근 1년 동안 이 동네에만 도시형 생활 주택 40여 채가 새로 생겼다"며 "아파트값이 몇 년째 안 오르니까 월세라도 받으려고 임대주택 짓는 투자자가 급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2. 지난 13일 부산 해운대구에 짓는 '래미안 해운대'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는 분양 상담을 하려는 소비자들로 인근 도로변에 100m가 넘는 긴 줄이 생겼다. 이날 하루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만 1만2000명이 넘어 주변 도로가 꽉 막히면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16일 실시한 청약에서 348가구 모집에 2만8345명이 신청해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최고 청약 경쟁률(평균 81.5대 1)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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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택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아파트 인기가 가라앉고 비(非)인기 상품이던 단독주택 몸값이 치솟고 있다. 하지만 지방은 딴판이다. 지난 3~4년간 미분양에 허덕였던 아파트에 수요자가 몰리며 연일 청약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단독주택 투자로 돌아선 수도권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에는 작은 골목길에 식당과 커피 전문점 등 20~30여 곳이 예쁘게 단장돼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일반 상가 건물과는 다르다. 1층에 상가를 두지만 2~3층에 집이 있는 점포형 주택이다. D공인중개사무소 사장은 "점포형 주택에 투자하면 많게는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만 450만~500만원가량 들어온다"며 "매달 많은 임대료를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퇴직을 앞둔 50~60대의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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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는 아파트의 몸값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단독주택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주택 경기가 호황일 때는 아파트를 장기간 보유하는 것이 자산을 키우는 대표적 방법이었지만 이제는 단독주택을 사서 다세대 등으로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한 뒤 임대해 안정적으로 현금 수입을 올리겠다는 쪽으로 전략이 바뀐 것이다. 실제 올해 서울과 수도권에서 단독주택 등을 사서 새로 지은 다세대·연립주택은 5만3432가구(9월 말 기준)로 작년(3만6265가구)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국민은행의 연립주택가격지수도 작년 말 98.2에서 올해 100.8(10월 말 기준)로 올랐다.
단독주택 밀집 지역인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강남구 개포4동·도곡2동 일대에 다세대주택 신축 붐이 일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서울에 아파트 한 채 갖고 있어봐야 값도 오르지 않으니 차라리 임대 수익이라도 챙기자는 생각에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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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아파트 청약 열기 높아
지방은 수도권과 달리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래미안 해운대' 아파트는 4가구를 모집한 소형(전용면적 59㎡)에 1009명이 몰려 청약률 252.3대 1을 보였다. 삼성물산 김상국 팀장은 "부산에서 처음 분양되는 '래미안' 브랜드라는 점이 수요자의 관심을 끌었다"며 "전망이 좋고 해운대 신시가지와 가까워 입지 효과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에서도 신규 분양 아파트가 잘 팔리고 있다. 우미건설이 지난달 전남 목포에서 분양한 '우미 파렌하이트'는 평균 경쟁률 4대 1을 보였다. 현대건설이 이달 초 경남 창원에서 선보인 '창원 감계 힐스테이트'도 10대 1에 가까운 경쟁률로 1순위에서 모두 마감했다.
건설사들도 수도권보다 지방 아파트 사업에 성패를 걸고 있다. 올 들어 지방에서만 10만가구쯤 분양한 데 이어 연말까지 3만여가구를 추가로 쏟아낼 예정이다.
지방의 아파트 청약 열풍이 식을 줄 모르는 것은 분양가가 서울과 수도권보다 저렴한 데다 지난 3~4년 동안 새 아파트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래미안 해운대'의 3.3㎡(1평)당 평균 분양가는 900만~1050만원. 지방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서울 평 균(3.3㎡당 1560만원)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지방은 아파트값 대비 전세금 비율이 70%에 육박해 전세 수요가 주택 구입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집값이 싼 만큼 구매 후 가격 상승 여력이 크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수도권보다 느슨한 편"이라고 말했다.
지방 아파트 청약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지방 아파트의 호황은 지난 2~3년간 공급이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라며 "다만 지방도 분양 물량이 계속 늘어나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공급 과잉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