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답답했던 20평은 가라… 중형같은 소형아파트, 시장의 대세로

    입력 : 2011.11.10 03:05

    방 3·화장실 2개 기본… 10여년전 중형아파트 수준
    탁 트인 느낌… 1·2인 가구 많아지며 수요 크게 늘어

    소형 아파트 전성시대다. 2003~2006년 주택시장이 호황일 때 인기가 하늘로 치솟던 중대형 아파트는 경기 침체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반면, 소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청약시장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지난 5월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한 '더샵 그린스퀘어'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64㎡인 주택은 17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중대형인 125㎡의 경쟁률은 0.3대1로 미달됐다. 3.3㎡당 주택 가격도 소형이 중대형보다 비싼 경우도 나온다.

    그러다 보니 지난날 중대형 아파트를 짓는 데 열을 올렸던 건설사들도 소형 아파트 공급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분양한 아파트 중에는 소형 주택으로만 이뤄진 '소형 전용 단지'도 나올 정도다.

    한때 '미운 오리' 취급을 받던 소형 아파트가 '백조'로 변신한 비결은 무얼까. 주택경기가 침체를 거듭하면서 수요자들이 투자 부담을 줄이는 것도 한 이유지만, 평면설계를 비롯한 각종 기술의 발전으로 공간 활용이나 기능 면에서 중형 아파트 못지않게 편리해졌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소형 아파트가 공간 활용이나 기능 면에서 중형 못지 않게 편리해지면서 주택 시장의‘대세’로 떠오르고 있 다. 계단 위쪽 사진은 대우건설이 최근 수원에서 분양한 ‘서수원레이크 푸르지오’59㎡형 아파트. 계단 아래쪽 은 10년 전 대우건설이 서울 강남에 지은 같은 크기의 아파트 내부 구조도. /이명원 기자
    발코니 확장으로 중형 주택으로 변신

    지난 7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대우건설의 '서수원 레이크 푸르지오' 아파트 모델하우스. 전용면적 59㎡인 주택에 들어가니 복도 왼편으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어 보이는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거실과 부엌 사이에 벽이 없고 식탁 하나만 놓여 있어서인지 실내 공간이 탁 트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부가 이처럼 넓어 보이는 것은 발코니 확장 덕분이다. 2006년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되면서 대부분의 건설사가 20~40㎡에 이르는 발코니를 거실과 방으로 활용하면서 소형 주택을 중형 아파트 못지않게 탈바꿈시켰다.

    서수원 푸르지오의 경우 발코니 확장으로 14㎡(4평)가 추가로 생겼다. 전용면적 59㎡가 73㎡ 아파트로 바뀐 셈이다. 노민호 분양소장은 "요즘 소형 주택은 방 3개에 화장실 2개가 기본으로 설치된다"며 "내부 공간뿐 아니라 기능 면에서도 10년 전 분양했던 중형 아파트 수준으로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대우건설이 10년 전 서울 강남에 지은 소형 아파트를 '서수원 푸르지오'와 비교하면 겉으로 보기엔 화장실 개수만 1개 적었다. 그러나 이 주택의 내부는 이보다 많이 답답해 보였다. 거실과 침실 옆에 발코니가 그대로 있다 보니 방 2개는 최근의 소형 주택보다 30~40%씩 작았고 부엌의 길이도 1m 정도 짧았다. 대우건설 윤주송 차장은 "예전에 지은 소형 주택은 욕실 1개인 데다 거실 크기도 작아 가족 4명이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거나 아침 출근·등교를 준비하는 데 적지않은 불편을 겪었다"며 "지금은 이런 문제가 대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창쪽에 방 배치·수납공간도 늘려

    최근 소형 아파트의 또 다른 특징은 방을 최대한 창쪽으로 배치한다는 점이다. 10년 전 소형 아파트는 발코니가 있는 넓은 창쪽에 거실과 방 1개만 배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에 지어진 소형 아파트는 창쪽으로 방을 최대한 많이 배치하는 추세다. 창에 접한 부분이 늘어나면 실내 채광이 좋아지고 전반적으로 탁 트인 느낌까지 주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또 주택 내부에 있는 '자투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기존에 방이나 거실에 놓인 장롱이나 서랍장을 없애는 대신 벽 안쪽에 옷장이나 김치냉장고·세탁기 등을 '빌트인(built-in)'으로 설치하는 게 대표적이다.

    서수원 푸르지오의 경우 현관에서 신발장을 지나 거실로 들어올 때 지나는 복도의 한쪽 면을 아예 대형 수납장으로 만들었다. 각종 그릇이나 옷, 우편물 등을 넣을 수 있는 곳이다. 주방에도 싱크대 벽에 물건을 올려둘 수 있는 선반을 추가로 설치했다. 윤주송 차장은 "10년 전 아파트는 현관에 신발장, 발코니에 창고를 설치하는 게 고작이었다"며 "기본적으로 내부공간이 작았던 데다 각종 생활도구를 보관할 공간도 별로 없어 실제 생활하는 공간이 더 줄어든 셈"이라고 말했다.

    소형 아파트, 시장의 대세로?

    업계에서는 소형 아파트 인기가 당분간 주택 시장의 대세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택에 대한 개념 자체가 투자보다는 실거주 목적으로 바뀌고 있는 데다 1~2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약해지자 중대형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투자비가 적게 들어가고 관리비도 저렴한 소형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이 여파로 서울지역 중소형과 대형 주택의 3.3㎡당 가격 차는 2009년 이후 매년 10만원 정도씩 줄어들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센터장은 "최근 선보인 소형 아파트는 신혼부부·노부부 등 2~3인 가구가 사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실내공간의 효율성이 높이는 특화 설계가 적용되고 있다"면서 "주택경기 침체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아파트 시장이 재편되면서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하려는 건설사의 기술 개발 노력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