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0.13 03:06
올 단독주택 거래량 16.5% 증가… 집 지을 땅도 불티나게 팔려
용인·성남 등 수도권 지역 많아… 비슷한 돈으로 더 넓은 집 장만
점포 주택, 베이비 부머에 인기… 거주 해결하면서 임대 수익 챙겨
전세금 올라 월 수백만원 벌어… 문의 많지만 매물은 드물어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있는 한 단독주택 단지. 널따란 평지 곳곳에 뾰족한 빨간 지붕을 올리거나 통나무 집처럼 외벽을 모두 나무로 만든 독특한 외관의 단독주택 40여채가 띄엄띄엄 들어서 있었다.
이미 들어선 집 사이로는 새로 주택 10여채가 한창 공사 중이었다. 망치질 소리, 용접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렸고, 목재나 벽돌을 실은 차량도 바쁘게 드나들었다. 드문드문 빈 땅도 보였지만 대부분 '착공예정'이라는 팻말이 꽂혀 있었다.
아파트에 밀려 인기를 잃었던 단독주택 신축이 최근 수도권 신도시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도 올 들어 작년보다 40% 이상 많이 팔려나갔다.
◆단독주택 거래량 증가
단독주택은 올 들어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 단독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1~8월 6만8733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8만103건으로 16.5% 늘어났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분양하는 단독주택용 땅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올해 1~8월 7879억원(106만4000㎡)이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면적은 60%, 금액은 4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단독주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주택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아파트의 매력이 많이 떨어진 반면 단독주택은 건축 규제가 상당부분 풀려 투자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5·1부동산 대책'을 통해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 층수를 최고 2~3층에서 3~4층으로 완화하고 최대 3가구인 가구 수 제한은 없앴다. '땅콩집'(1개 필지에 단독주택 2채를 붙여 놓은 집) 열풍을 타고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싸게 내집마련을 하겠다는 젊은 층의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도 단독주택이 주목받는 이유다.
◆전세금 급등에 점포주택 인기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은 집을 짓는 방식에 따라 2층짜리 주거전용과 1층에 상가를 두고 2~3층에 집이 있는 점포 주택으로 나뉜다. 주거전용의 경우 땅주인이 직접 살거나 세를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점포주택은 주인이 3층에 직접 살면서 나머지 주택과 상가를 임대하는 방식이 많다.
이 가운데 점포 주택은 최근 은퇴한 베이비 부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본인의 거주문제를 해결하면서 매달 꼬박꼬박 임대 수익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금이 크게 오르면서 3층짜리 점포주택이라면 적게는 100만~200만원, 많게는 400만~500만원대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
판교의 경우 점포 주택의 264㎡(80평) 기준으로 땅값은 3.3㎡당 1800만~2000만원, 건축비가 300만~350만원 정도 들어간다. 땅 사서 집 짓는데 15억~16억원 정도 필요하다. 이미 지어놓은 주택을 사려면 20억원 안팎 투자해야 한다.
그나마 지난해 말부터 50대 이상 은퇴자들의 투자 문의가 많지만 매물은 잘 나오지 않는다. '다산공인중개사' 정용교 대표는 "서울에 아파트를 갖고 있어봐야 값도 오르지 않으니 차라리 임대수익이라도 올리자는 생각을 가진 50대 은퇴자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도 점포주택이 인기다. 전세금이 급등한 수원이나 분당에서 밀려나 전세금이 싼 동백지구에서 전셋집을 구하려는 세입자가 늘면서 임대 사업하기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3층짜리 점포주택은 8억~11억원 선에 거래된다. '송 공인중개사' 노항연 대표는 "3층짜리 단독주택의 경우 총 6가구를 세놓으면 400만원 안팎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거 트렌드 변화도 반영
용인 동백지구도 야트막한 언덕에 주거전용 단독주택 100여채가 몰려 있는 가운데 공사 중인 집만 10채가 넘었다. 대부분 2~3층 규모에 조그만 마당이 딸려 있었다. '좋은집공인' 강훈 부장은 "아파트값과 비슷한 돈을 주고 아파트보다 더 넓은 단독주택에서 여유롭게 살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최근 많아졌다"면서 "30~40대 젊은 층에는 '나만의 집'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동백지구의 경우 3.3㎡당 땅값이 500만~800만원 선으로 통상 연면적 198~264㎡ 규모의 집을 짓는 데 7억5000만~8억원 정도가 든다. 언뜻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하루 30여통씩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
이날 동백지구를 찾은 김영미(35)씨는 "땅까지 사서 내 집을 짓는 셈이라 장기적으로 투자가치도 있다고 본다"며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신도시 안에 단독주택이 있는 만큼 사는 것도 불편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주목받는 단독주택이 아파트 시장의 불황에 따른 '반짝 인기'인지, 장기적인 트렌드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단독주택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까지 아파트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단독주택 투자 열기가 어느 정도 확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