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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굴욕

    입력 : 2011.10.10 03:05

    15개 단지 지정됐으나 투자 문의조차 거의 없어, 집값 1억 이상 떨어진 곳도

    최근 서울 강남 요지의 아파트 15개 단지가 무더기로 재건축 예정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미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단지는 금융위기 여파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이달 들어 집값이 1억원 이상 급락했다.

    서울시는 지난 5일 강남구 개포동 현대1차·우성3차 등 강남·서초·송파구 일대 아파트 15개 단지를 재건축이 가능한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했다. 강남구는 도곡삼호·대치우성1차·개포우성3차·개포현대1차 등 8개가, 송파구는 가락1차·삼환가락·가락극동 등 5개가, 서초구는 반포동 궁전과 방배동 신삼호가 각각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 아파트에는 아직까지 투자 문의조차 거의 없다. 도곡동 P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재건축이 된다는 소식은 대형 호재였다"면서 "집주인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지만 문의전화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집값도 요지부동이다. 개포동 우성3차(112㎡)는 8억2000만~9억2000만원으로 1주일 전과 호가(呼價) 차이가 없다. 개포동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008년에 11억원까지 거래됐다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 지정된 아파트가 대부분 10층 이상 중층(中層)이어서 재건축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점도 매수심리 자극에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고 기존 주택이 대형인 데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 대기수요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의 집값이 약세인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아파트는 이달 초부터 급매물이 나오면서 단지별로 평균 2000만~5000만원쯤 떨어졌다. 개포주공 1단지 56㎡(17평)는 지난 7월 10억5000만원에서 최근 1억원 이상 낮은 9억2000만원으로 하락했다. 개포동 대왕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도 실제 사업에 착수하려면 3~4년 이상 걸린다"면서 "사업속도가 빠른 아파트도 약세인데 신규 지정 아파트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팀장은 "신규 지정 아파트의 경우 사업속도나 일반분양 물량 등에 따라 단지별로 가격 차별화 현상이 생길 것"이라며 "다만 재건축 아파트는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상 당분간 약세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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