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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시민단체서 지어 준 집이라 참았는데… 입주 2년째 등기도 못해"

입력 : 2011.10.01 03:12 | 수정 : 2011.10.02 11:19

해비타트 대전지회 마감 잘못 돼 습기 차
하자 보수도 못받아 약속보다 집값 높게 책정
"건축비 중 후원금 비중 투명하게 공개해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직접 집을 지어주는 한국 해비타트(Habitat)의 '사랑의 집짓기 사업'. 내 집 장만이 소원이었던 무주택자 H(45)씨는 2009년 10월 한국해비타트 대전지회의 집짓기 사업을 통해 새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었다. 외진 곳에 있고 크지 않은 주택이었지만 H씨에겐 '꿈에 그리던 내 집'이었다. 하지만 입주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명의로 된 집은 없다. H씨의 주택은 등기도 돼 있지 않고, H씨가 집을 샀다는 매매계약서도 없다. 주택 곳곳에 하자가 발생했지만, 제대로 보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한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현장에서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며 값진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집짓기에 참여하는‘사랑의 집짓기 사업’은 건축자재와 토지 비용 상당액도 외부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해비타트 대전지회는 2008년부터 대전 서구에 6개동 22세대 규모로 집짓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고교생·대학생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집짓기에 나섰고,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토지와 건축자재를 마련했다. 2009년 H씨 가족 등 8세대는 해비타트 가정선정위원회를 통해 입주자(홈파트너)로 선정돼 82.5㎡(약 25평) 규모의 주택에 입주했다. 그는 "당시 대전지회 관계자로부터 6000만~6500만원 정도에 집값이 결정될 것이고 곧 등기가 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입주를 했다"고 말했다. 1200만원의 선납금을 내고, 나머지는 20여년간 상환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집값은 확정되지 않았고, 등기이전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입주자들은 임시사용승인(가승인)상태로 생활해야 했다. 입주자 S(44)씨는 "등기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전지회는 주택 필지 내에 다른 영업용 건물을 지어 분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주자들의 땅 위에 다른 건물을 올린 셈인데, 동의를 받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입주자들은 "건축 마감에 문제가 있어 집에 벌레와 개구리가 들어왔고, 1층에는 옷에 곰팡이가 슬 정도로 습기가 많지만 제대로 하자보수를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S씨는 "시민단체에서 지어준 집을 싸게 얻은 터라 빨리 집값 등을 확정해 달라고 강하게 주장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해비타트는 올해 초에야 확정된 집값을 입주자들에게 공지했다. 금액은 7000만원. 입주자들이 "왜 입주할 당시 약속한 금액보다 집값이 비싸게 책정됐느냐"고 항의했다. 해비타트 관계자는 "대전지회가 충분한 후원금을 모금하지 못한 상태에서 건축을 추진했고, 자금이 부족해 자체적으로 공사 마무리를 하지 못해 집값 산정이 늦어졌다"고 했다. 하자에 대해서는 "(건축경험이 없는) 자원봉사자들이 집을 짓다 보니 하자가 다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대전지부는 건축공정별 원가를 공개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집을 처음 짓고 2년이 지나서야 처음 말한 것보다 비싼 가격으로 원가를 설명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또 토지, 건축자재의 상당 부분을 후원받고 공사 인부 상당수도 자원봉사자인 상황에서 7000만원이란 원가가 과도하게 책정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주민들이 입주한 후 주택 부지 내에 다른 용도의 건물을 지어 분양을 했으면 오히려 집값이 낮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해비타트 관계자는 "토지와 건설비를 대부분 후원받지만 자체적으로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많아 7000만원이 많다고 할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입주자들의 해비타트에 대한 불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입주자 S씨는 "해비타트는 후원을 받아 집을 지어주는 단체인데, 건축비 중 얼마나 후원금으로 처리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입주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며 "돈 없고 힘없는 사람을 가지고 장사하는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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