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9.27 03:02
2008년 미국發 금융위기로 고급 대형 주택 수요 사라져
준공 후에도 빈집… 흉물로… 파격 할인에도 시장은 잠잠
◆새로운 주거공간에서 미분양 주택으로
2005~2006년 주택경기가 호황일 때 건설사들은 경기도 용인·화성·파주시 등지에 타운하우스를 앞다퉈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2~3년 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2008년 가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시세가 최고 30% 가까이 급락하자 고급 대형 주택을 찾는 수요가 사라졌다.
그 결과 수도권 일대에 미분양 타운하우스단지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공사가 중단된 현장이 속출했다. 용인 죽전지구에는 약 12만㎡부지에 500여가구 규모의 타운하우스단지가 조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완공된 주택은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공사가 중단되거나 아예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다.
타운하우스의 부진은 주변 상권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죽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6)씨는 "타운하우스가 다 지어지면 거주자들이 늘어 장사가 잘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월세 내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주변에 옷집, 가구점도 문을 열었다가 몇 달 만에 곧바로 정리하고 나갔다"고 말했다.
◆고가·대형 주택에 소비자 외면
'타운하우스'가 찬밥 신세가 된 데는 높은 분양가와 함께 대형 주택 위주로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2005~2006년 집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당시 건설사들이 최고급 수입 자재를 이용해 200㎡(60평) 이상 대형 주택을 지으며 분양가를 한 채당 10억~20억원대로 높여놓은 데 따른 것이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당시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일종의 틈새 상품으로 타운하우스를 지어 3.3㎡당 2000만원(분양가) 넘게 책정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외곽에 있다 보니 출·퇴근이 힘들고 주택 거래가 잘 안 되는 것도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팀장은 "타운하우스는 전원생활을 원하는 일부 수요자들만 관심을 갖고 있어 일반 아파트처럼 매매가 활발하지 않다"며 "정부의 금융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까지 인상되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에서 더 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파격 할인에도 관심 끌기 어려워
공사가 끝났지만 빈집으로 남아있는 타운하우스를 할인 판매하는 건설사들도 적지 않다. A건설은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에 지은 타운하우스 잔여분을 최초 분양가(16억~17억원)보다 최대 6억원까지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B건설은 입주 후 3년이 지난 뒤에도 계약자가 원하면 집을 건설사가 되사주는 조건으로 분양 중이다. A건설 주택사업 담당자는 "타운하우스는 단지 규모는 작지만 워낙 고가여서 웬만한 아파트 미분양 단지만큼 부담이 크다"며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원가 수준으로 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격적인 할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타운하우스시장이 살아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최근 부동산 투자 경향이 주택 구입비를 최소화하고 도심의 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만큼 타운하우스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