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8.31 21:49
20개 회원국 집값 보고서에서 '소폭 반등 뒤 침체 계속' 전망
"高물가, 고용·건설투자 부진… 경기 좋아질만한 신호 없어
2013년에야 바닥 확인할 것"
이런 가운데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주요 회원국 20개국의 집값을 전망한 보고서를 내놔 눈길을 끈다. OECD 보고서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금융위기 이후 미약한 집값 반등세를 나타낸 후 침체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앞으로도 집값이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집값이 바닥을 친 후 다시 오르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 영국ㆍ네덜란드ㆍ덴마크와 상황 유사
OECD가 내놓은 '실질 집값의 정점과 저점 예견' 보고서에서는 주요 20개국의 집값 동향을 크게 네 그룹으로 분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후 집값이 떨어졌다가 강하게 반등한 나라 ▲금융위기 이후 소폭 반등했으나 흐름이 견고하지 않은 나라 ▲금융위기를 계기로 집값이 계속 하락한 나라 ▲금융위기 이전부터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나라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두 번째 그룹인 '소폭 반등했으나 흐름이 견고하지 않은 나라'로 분류됐다. 한국 외에 영국, 뉴질랜드, 덴마크가 여기에 해당한다.
OECD는 최근의 집값 추세, 주변 국가의 상황, 금리, 물가상승률, 실업률, 건설 투자 등 주요 변수를 감안해서 2011년과 2012년 사이에 집값이 꼭지나 바닥을 칠 확률을 계산했다.
OECD에 따르면 가장 큰 변수는 현재 집값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다. 즉 현재 집값이 과하게 낮거나 높은 수준이면 저점이나 정점에 이를 확률이 높아진다. 또 금리가 상승하고 있으면 가계 부담이 늘어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꼭지를 칠 확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고 있으면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 집값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밖에 건설투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고용 상황이 호전돼 소득이 늘면 주택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져 집값이 저점을 치면서 올라가고, 반대 상황이면 정점을 찍고 내려간다.
◆한국 부동산시장, 2012년까지 침체될 듯
이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까지 집값의 꼭지도, 바닥도 나타나지 않은 채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저점이 올 확률은 '0'으로 계산됐다. 2013년이 지나야 내림세가 멈출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확실한 조정이 없었다. 차라리 크게 내려갔다면 바닥을 찍고 올라설 수 있지만, 이같은 조정이 없어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또 대출 금리가 상승세에 있고, 고용 상황은 하반기부터 부진해질 가능성이 크다. 건설 투자는 위축된 지 얼마되지 않아 과잉 공급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집값 저점보다는 오히려 정점이 예측되는 환경이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침체를 예측하는 의견이 많다. 보고서도 "한국, 영국, 뉴질랜드, 덴마크 등은 금융위기 기간에 큰 폭의 집값 조정을 받지 않은 대신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잔잔한 침체 감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OECD 보고서는 각국의 개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수치를 비교 분석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여러 가지 지표로 봤을 때 부동산 경기가 단기에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택 구매로 수요가 전환되길 기대해 보지만 급격한 수요 이동 역시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며 "급격한 추락 없이 감내할 수 있는 선에서 현 상황이 유지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당분간 추세가 전환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도 이런 기조 하에 내년 경제 전망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