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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공포

    입력 : 2011.09.01 03:11

    9년 만에 재계약 대란
    얼마나 올랐기에 - 전국 2년 동안 20% 상승, 50% 이상 뛴 곳도 수두룩
    세입자들 발동동 - 은행 전세대출 창구 북적… 전세금 일부 월세로 돌려 울며겨자먹기로 외곽 택해
    전세금 오름세 연말까지 지속될 듯

    "5000만원을 올려주든지, 그렇지 않으면 나가주세요."

    다음 달 25일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양모(40)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았다. 양씨가 살고 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A아파트 109㎡(33평)형의 2년 전 전세금은 2억500만원. 지금은 2억6000만~2억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양씨는 "이 아파트에서 8년째 전세 살고 있는데 2년간 전세금이 이렇게 많이 오른 적은 없었다"면서 "전세금이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다른 아파트도 알아봤지만 대부분 2년 전보다 4000만~5000만원 이상 올랐고 그나마 매물도 없었다. 양씨는 "지난 29일 은행에 전세자금대출 서류를 넣었다"면서 "그것도 모자라 8년 동안 매달 20만원씩 부었던 종신보험도 깨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량진 지역 전세금이 유달리 많이 올랐거나 양씨 사례가 특수한 것이 아니다. 1999년 이후 전세 계약 기간인 2년을 기준으로 전세금 누적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올해가 2002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올 가을 이사철 재계약을 앞둔 전세 세입자들 사이에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은행 전세대출 창구로 몰려가거나 일각에서는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서울의 전세금은 무려 19%가 올랐다. 2억원짜리 전세가 재계약할때는 2억4000만원이 됐다는 뜻이다.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한 주부가 아이와 함께 지나가고 있다.
    ◆2년간 전세금 얼마나 올랐나?

    본지가 1999년부터 올해까지 '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7월 말 기준으로 지난 2년 사이 전세금이 전국 평균 19.7%, 서울은 19% 뛴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단위 전세금 누적 변동률로는 사상 최악의 전세난이 벌어졌던 2002년(37.2%)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최근 전세시장 수급 동향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상승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3.3㎡(1평)당 전세금도 2년 전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본지가 부동산114에 의뢰해 지난 2년간 3.3㎡당 아파트 전세금을 분석한 결과, 서울은 26%(648만→815만원), 수도권도 25%(349만→436만원) 각각 상승했다. 이에 따라 2년 전 평균 2억원이던 서울의 105㎡형 아파트 전세금은 2억6000만원으로 뛰었다. 재계약을 원하는 세입자라면 6000만원을 올려줘야 하는 셈이다. 개별 단지 중에서는 2년 전보다 50% 이상 뛴 곳도 수두룩하다. 서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147㎡)는 7억2500만원이던 전세금이 2년 동안 12억2500만원으로 5억원(69%) 상승했다. 경기 화성 봉담읍 쌍용스윗닷홈(107㎡)은 같은 기간 86%(7250만→1억3500만원) 급등했다.

    ◆세입자 재계약 비상 걸려

    2년간 전세금은 급등했지만 그동안 소득은 별로 늘지 않고 물가까지 치솟아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은 최악의 전세난을 겪고 있다.

    대다수 세입자가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올려주고 있다. 실제로 국민·우리 등 5개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4조1270억원으로 6월 말보다 8.8%(3331억원)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0.4%)의 22배에 달한다.

    정부가 서민층 대상으로 국민주택기금에서 빌려주는 전세자금대출도 지난달에만 8000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월평균 전세자금대출(4000억원)의 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오른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반포동 ‘반포자이’에 사는 홍모(41)씨는 26평 전세금이 2년간 2억원 올랐지만 대출로는 감당하기 힘들어 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월세 95만원을 내는 것으로 최근 재계약했다.

    저스트알 김우희 대표는 “최근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린 서울 강남 일대에서는 2억~3억원씩 오른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월세로 100만원 이상을 내고 재계약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나마 은행 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일부 세입자는 아예 재계약을 포기하고 서울이나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내년엔 재계약이 많은 짝수 해여서 재계약 대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세입자 중 주택 구입 능력이 있는 계층을 매매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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