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8.25 03:02
최근 주택가격 이미 20~30% 하락…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1주일간 전국 아파트 시세 오히려 0.1%↑
"금융시장 어느 정도 안정 찾으면 변동성 적고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 늘것"
이달 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발 재정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부동산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높이면서 주택 투자 심리가 잔뜩 얼어붙을 조짐이다.
시계를 3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8년 9월 리먼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부동산 가격은 증권시장과 동반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당시와 이번 사태가 유사하지만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은 분명히 다르다고 지적한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 적어"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한 이후 국내 주가(코스피지수)는 1468.41에서 916.85로 37.6% 급락했다. 부동산시장도 증시와는 온도차가 있지만 '패닉(심리적 공황)'에 빠지긴 마찬가지였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거의 반 토막 났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3개월 동안 25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2일 미국 국채에 대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뒤 국내 증시는 3주 동안 18.2%(2172.31→1776.68) 하락, 시가총액이 200조원 넘게 허공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투자 심리가 위축됐지만 시장에서 급매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서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1주일 동안 전국의 아파트 시세는 오히려 0.1% 올랐다. 지방도 소폭 상승했다. '부동산114' 이호연 팀장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시세는 최근 3주 연속으로 보합세를 보였다"며 "생각보다 금융 쇼크 영향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된 집값 조정이 충격 줄여
금융 쇼크에도 주택가격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난 2~3년간 집값이 조금씩 조정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2008년 위기 당시에는 집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버블이 심해 경제위기란 외부 충격에 빠르게 반응하며 단기 급락했다. 하지만 최근 주택가격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미 최고가보다 20~30% 하락해 '바닥'을 다진 만큼 추가적인 급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전세금이 치솟아 주택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도 주택가격 급락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집값과 전세금 격차가 작아지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져 주택가격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08년 위기 당시 수도권 전세금 비율은 41%였지만 지난달에는 5년 만에 최고치(50.1%)를 기록할 만큼 높아졌다.
◆금리는 여전히 낮아
금리와 정부정책 등 부동산시장의 외부 변수도 3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작년 7월 연 2.0%였던 기준금리를 5차례 인상하면서 연 3.25%까지 올렸다. 그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CD금리도 지난 2년간 연 2.41%에서 연 3.59%로 상승했다.
그러나 2008년 당시(연 5.79%)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향후 2년 동안 '제로(0)'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만큼 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중의 하나가 이자율"이라며 "각국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를 추가로 낮추고 돈을 더 풀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 여건도 3년 전과는 다르다. 정부는 2008년 위기 당시 부동산 경기가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줄줄이 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내놓을 규제 완화책이 별로 없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고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일부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 규모가 비교적 작고 임대 수익(연 6~7%)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이 대표적이다. '저스트알' 김우희 대표는 "올 하반기 전세시장이 또 한 번 들썩이면 수익형 부동산 투자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수익형 부동산은 주식이나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최근 공급이 급증해 원하는 수익률을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