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7.14 03:08
1시간 줄서야 모델하우스 구경하는 진풍경… 도대체 부산에선 무슨 일이
2000년대 중반 미분양 사태… 건설사들은 분양 꺼리고 지난 10년간 18만 세대 늘어
주변 도시와 광역 교통망, 대규모 개발사업도 한 원인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구 글로리콘도 인근에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포스코건설이 분양하는 '더샵 센텀포레' 아파트를 관람하기 위해 모델하우스 앞으로 700m가 넘는 긴 줄이 늘어선 것. 수영구에 사는 김모(45·여)씨는 "오전 9시쯤부터 1시간 넘게 기다린 뒤에야 겨우 내부를 둘러봤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6일 실시된 1순위 청약에서 최고 1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가구가 마감됐다. 부산에서 지금까지 분양된 아파트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이었다. 전체 568가구 모집에 몰려든 청약 신청자만 4만명을 넘었다. 포스코건설 조충연 분양사무소장은 "입지나 분양가에서 경쟁력이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주택시장의 최대 화두(話頭)는 '부산'이다. 계속된 경기 침체로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집값 하락과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부산은 불황의 그림자를 느낄 수 없다. 새 아파트는 모델하우스 문을 열면 청약자가 몰려들고 기존 주택도 매매가와 전세금이 뛰고 있다. 도대체 부산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불황을 모르는 부산
부산은 요즘 '청약 불패(不敗)'라는 말이 나올 만큼 분양시장이 뜨겁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12일까지 부산에서 공급된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9.6대 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서울(1.1대 1)과 경기도(0.7대 1)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전국에서 청약률이 가장 높았던 상위 10개 아파트 중 9곳이 모두 부산이었다. 새로 분양된 아파트에는 프리미엄(웃돈)도 붙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부산 명지지구에서 분양했던 '두산위브 포세이돈' 아파트의 분양권에는 최고 3000만원 안팎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 최근 부산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5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어 팔린다. 집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부산 집값은 지난해 평균 11.5% 올라 광역시·도 중에서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6월까지 상승률이 11%로 전국 평균(4.3%)보다 배 이상 높다.
◆왜 이렇게 뜨겁나?
부산은 2008년까지만 해도 전국 최악의 주택시장이었다. 당시 미분양 아파트만 1만4000여가구로 사상 최다 수준이었고, 집값은 2003~2008년까지 5년간 누적 변동률이 -3.2%를 기록할 만큼 약세였다.
그 이유는 주택 공급이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는 2002~2004년까지 3년 동안 9만여가구의 새 아파트가 공급됐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당시 대형 아파트가 많았고 분양가도 비싸 미분양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달라진 건 작년부터다. 2006년 이후 건설사들이 분양을 기피하면서 주택 공급이 줄었다. 2009년에는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8300여가구로 2006년(3만1000가구)의 30% 수준까지 격감했다. 입주물량이 줄자 전세시장이 들썩거렸다. 작년 한 해에만 전세금이 평균 14%가 올랐고 일부 지역은 20% 이상 급등했다. 전세금이 올라 매매가와 격차가 줄면서 매매 수요도 살아났다. 실제로 부산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현재 63% 수준이며 일부 지역은 70%를 넘는다. 수도권은 50%대에 머물고 있다. 전세금이 오르자 미분양 아파트부터 팔렸다. 부산의 미분양은 2008년 1만4000가구에서 지난해 말 3400가구까지 줄었다.
또 다른 요인은 주택 수요 자체가 늘어났다는 것. 부산은 지난 10년간 인구가 23만명 줄었지만 가구 수는 18만가구가 늘었다. 그만큼 집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증가한 셈이다. 부산과 울산 등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광역 교통망이 뚫린 것도 부산의 주택 수요가 늘어난 원인이다. 부산~울산고속도로, 거가대교(부산~거제), 김해~부산경전철이 잇따라 개통됐다. 분양 대행사인 더감 이기성 대표는 "울산과 거제 쪽 거주자들이 학교 등을 이유로 부산으로 유입되면서 수요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부산 주택시장에는 유동성도 풍부하다. 최근 대규모 개발사업이 잇따르면서 돈이 대거 풀린 것. 지난 2005년 이후 거가대교, 부산신항사업 등에만 10조원 이상이 투자됐다.
◆언제까지 지속될까?
부산 주택시장의 강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일부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온다. 이미 올해 분양된 물량만 1만여가구에 달해 추가 수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의 미분양 주택은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아직 거품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부산의 경우 각종 개발 호재가 끊이지 않고 있고, 녹산공단 등 주변 산업단지에 입주기업이 늘어나면서 실물경기도 어느 정도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