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7.12 03:09
새로 지은 수도권 아파트 4가구 중 1가구는 미입주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주택시장에도 저출산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다. 부부끼리 살거나 혼자 사는 가정이 늘면서 주택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앞으로 매년 7000~8000가구씩 주택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2000년대 초 연간 50만가구 수준이던 주택 수요는 2011년 현재 43만가구로 추산된다. 이것이 2020년엔 36만~37만가구로 감소하고 2030년엔 현재의 70% 수준인 30만가구로까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에 따른 1~2인 가구 증가로 대형 주택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수요 감소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영향으로 우리나라 평균 가구 구성원 수도 계속 감소해 주택 수요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평균 가구원 수는 저출산이 본격화한 2000년 3.12명에서 지난해엔 2.69명으로 줄었다.
1인 가구도 급증하는 추세다. 10년 전 220만가구에서 작년 말 현재 배 가까이 늘어난 414만가구까지 불어났다. 2인 가구까지 포함하면 전체 가구 중 1~2인 가구가 거의 절반(834만가구)에 육박한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1~2인 가구는 자가(自家)보다 전·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앞으로 한국 주택시장도 매매보다 임대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주택 수요가 줄면서 일본처럼 빈집도 늘어나고 있다. 2005년 72만8000가구에서 지난해에는 79만4000가구로 5년 만에 10% 증가했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미입주율은 더 심각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2월 현재 수도권 아파트의 입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4가구 중 1가구는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의 절반이 미입주 상태다. 서울도 10가구 중 2가구가 입주를 하지 않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남희용 원장은 "빈집이 늘어나고 주택 수요가 급감하는 '일본 증후군'에 대비한 중장기 주택수급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