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집값은 얼어붙었는데… 땅값 들썩

    입력 : 2011.06.13 03:38

    층수 제한 풀어놓자 "단독주택용 땅 사자" 급증

    충북 충주시 애향로에 있는 충주기업도시㈜ 사무실은 지난 1~2일 이틀 동안 북새통을 이뤘다. 이 회사가 분양한 단독주택용지 180필지에 청약 신청자만 1900여명이 몰려든 것. 1인당 500만원씩 낸 청약신청금만 95억원에 달했다. 회사 관계자는 "청약 이전부터 문의가 많아 좋은 결과를 기대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시장은 지방 일부를 빼고 침체에 빠져 있지만 토지 시장은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 층수제한 폐지 등 잇따라 토지 관련 규제를 풀어주면서 투자 심리가 급속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과학벨트로 선정된 대전 등 일부 지역에서는 투기 조짐도 일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즈음해 각종 개발 공약이 쏟아지면 땅값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단독주택용지 청약 열기 '후끈'

    최근 토지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상품은 단독주택용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구경북본부가 최근 공급한 점포 겸용 단독택지는 평균 20대1, 전북개발공사가 분양한 전주·완주혁신도시 내 단독주택 용지 28만5000㎡는 50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단독주택용지 판매량도 지난달 17만㎡를 기록해 1년 전(11만㎡)보다 30% 이상 급증했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팀장은 "아파트 인기가 시들해지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단독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달 1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의 층수 제한을 없애 수익성도 높아졌다.

    층수 제한이 풀리면서 2층까지 지을 수 있던 택지지구 내 블록형 단독주택은 3층까지, 점포 겸용 단독주택은 종전 3층에서 4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가구수 제한도 없어졌다. 현재 블록형 단독주택은 한 필지당 1가구, 점포 겸용 단독주택은 필지당 3~5가구로 가구수가 정해져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과천 등 개발기대감에 땅투자 늘어

    경기 과천시 부동산 시장은 요즘 희비가 엇갈린다. 집값은 계속 비틀거리지만 토지 시장은 꿈틀대고 있다. 과천 아파트값은 올 들어 5월 말까지 0.3% 하락(국민은행 조사치)했다. 경기도에서 김포시와 함께 유일하게 집값이 떨어졌다. 지난달 17일 과천시 갈현·문원동 일대 135만㎡(약 40만평)가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이 6500가구나 들어서기 때문이다.

    땅값은 정반대 양상이다. 과천 정부청사 진입로에서 차로 5분 남짓 떨어진 갈현동 일대에는 요즘 집이나 건물을 짓기 위해 서울에서 땅을 보러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되면 보상금이 풀리고, 주변지역 개발 기대감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과천 우리들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농지는 덜하지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는 문의가 쇄도하고 거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 시장에서도 주택은 시들한 반면 토지 인기는 높다. 입찰자가 몰리고, 낙찰가액도 늘어나고 있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이 5월 한 달간 경매시장 동향을 조사한 결과, 토지 응찰자는 전월 대비 12% 증가했다. 토지 낙찰가 총액도 3491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37% 늘었다.

    지지옥션 남승표 선임연구원은 "한동안 정체를 면치 못하던 토지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대거 풀리면서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 공약 남발하면 투기 우려

    전문가들은 토지 시장이 갈수록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각종 규제를 대거 풀어 투기 억제 수단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현 정부 출범 당시 전 국토의 19%에서 이제는 3.4%만 남아 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리면 특별한 개발재료가 없어도 10% 이상 땅값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내년엔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개발 공약이 쏟아질 게 불 보듯 뻔해 땅값 상승과 이른바 '기획부동산' 등 투기세력이 다시 활개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과학벨트로 선정된 대전 유성구 원내동 일대 등 일부 지역은 땅값이 50~100%쯤 급등했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은 "각종 개발 공약 남발로 500조~6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시중 부동자금이 토지 시장에 유입된다면 땅값 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