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6.09 03:01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 경매 아니면 팔 곳 없어"
7일 전주지방법원 경매법정엔 독특한 물건이 등장했다. 극기 훈련 캠프장인 대한특전수련원. 토지 면적 1만1073㎡에, 특전사들이 유격 훈련 때 사용하는 막타워(고공 점프용 훈련탑)까지 갖춰져 있다. 최저 입찰가격은 감정가(21억원)의 절반 수준인 10억8000만원. 경매시장에서 이미 세 번이나 유찰됐지만, 이날도 사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최근엔 승마장·테마파크·식물원 등 이색 부동산 물건이 경매시장에 종종 등장하고 있다.
지난 4월엔 과천과 의왕 사이 고속도로에 자리 잡은 '제비울미술관'이 경매처분됐다. 토지면적 2499㎡에 건물면적 2241㎡인 이 미술관은 한옥 건물과 조경이 아름다워서 미술애호가뿐 아니라 관광객도 즐겨 찾았던 곳. 제비울미술관은 감정가(84억340만원)의 52%인 43억6150만원을 써낸 신모씨에게 낙찰됐다.
충남 태안에선 세계 여러 곳의 진귀한 난(蘭)과 허브 등이 자라는 '오키드식물원'이 지난달 16일 경매를 통해 팔렸다. 올 1월 감정가 35억1000만원으로 처음 경매 시장에 나왔으나 세 번 유찰된 끝에 결국 감정가의 38%인 13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테마파크 '금강산랜드'가 21일 세 번째로 경매에 부쳐진다. 감정가 429억원대인 이 시설은 워터파크·사우나 등 목욕시설과 골프연습장까지 갖췄지만 두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가가 210억원으로 내려간 상태. 경매업체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아파트 거래도 잘 이뤄지지 않을 만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다 보니, 채권자들이 수익이 부진한 미술관·식물원 등은 경매가 아니고서는 아예 처분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은 경매시장에서도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경주 보문단지 인근 '경주 승마리조트'의 경우, 승마와 공연 문화를 결합시킨 콘셉트로 개발해 2009년 말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공사비와 빚 때문에 지난해 1월 법원에서 경매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네 번이나 유찰돼 이달 20일 최저가 32억8500만원(감정가 136억8200만원)에 다시 경매에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