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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줄어든 건설사들, 달갑잖은 재택근무

    입력 : 2011.05.26 03:02

    "말이 좋아서 재택근무지 사실상 휴직이나 다름없죠."

    올 초 리비아 내전(內戰) 때문에 현지에 파견했던 직원을 국내로 복귀시킨 A업체는 복귀한 직원 상당수에게 재택근무를 시키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직원은 60여명. 하지만 국내 사업현장이 많지 않아 이들에게 시킬 일이 별로 없다. A사 관계자는 "재택근무라고 해도 딱히 집에서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감이 줄면서 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을 섣불리 해고할 수는 없지만, 인원을 배치할 사업현장도 딱히 없는 탓이다. 재택근무를 하면 기본급만 받고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해 월급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시공능력평가순위 30위 이내인 B업체는 국내 사업장의 현장소장들에게 최근 개발사업을 직접 발굴해 오라는 지침을 내렸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사업장이 준공되면 새로 수주한 사업장으로 현장소장들을 발령냈다. 그런데 신규 수주 물량이 줄면서 이들이 갈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요즘엔 '당신이 갈 자리는 알아서 마련하라'는 분위기"라며 "일거리가 없으면 집에서 쉬거나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경기 침체와 공공기관의 발주 물량 감소로 그로기(groggy) 상태에 빠져 있다. 올해 국내 건설수주액은 102조원으로 2007년보다 25조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한 주택전문 중견업체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침체돼 있고 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이 대거 나올 예정이어서 중견 업체가 설 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도 수주 물량이 줄면서 인원 배치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시공능력평가순위 5위 이내인 C업체는 올 초 해외 현장에서 복귀한 90여명을 대상으로 1개월짜리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C사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에서 직원이 들어와도 별다른 교육은 하지 않았는데, 다른 곳으로 배치할 곳이 마땅치 않아 교육하면서 기다리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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