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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할 임대 조건" 콧대 꺾인 오피스 시장

    입력 : 2011.05.12 03:05

    서울 도심 대형빌딩 늘었지만 입주후에도 빈 사무실만 가득
    임차인 구하려고 파격 마케팅… 인테리어 공사비 전액 지원에 "임대료 동결" 계약서 쓰기도

    서울 강남역 인근의 대형 오피스(사무용) 빌딩 주인은 지난달 새 입주자와 계약을 맺으며 색다른 조건을 제시했다. 건물 3개 층을 5년간 장기로 빌려주는 대신 세입자에게 사무실 인테리어비(약 20억원) 전액을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 이 거래에 관여했던 부동산컨설팅업체 직원은 "월 임대료가 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0개월치 임대료를 깎아준 셈"이라며 "빈 사무실을 그대로 두면 임대수익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월 관리비(약 6000만원)를 직접 내야 하는 것도 건물주에게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임차인을 입맛에 맞게 고를 정도로 '콧대' 높았던 서울의 대형 오피스 주인들이 최근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하며 임차인 구하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임대기간의 일부에 대해 월세를 면제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인테리어 공사비까지 지원해주는 것. 이유는 지난해부터 초고층 빌딩이 서울 도심에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지어진 지 몇 달이 지나도록 사무실이 텅 비어 있는 등 임차인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입주 4개월 지났는데, 빈 사무실만 가득

    올해 초 서울 서대문구에 들어선 A빌딩 입구에는 사무실 안내판이 텅 비어 있다. 건물을 완공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사무실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입주를 마친 곳은 지상 1층 커피전문점과 편의점 등이 고작이다. 인근 Y부동산중개소 상담직원은 "기존 빌딩도 빈 사무실이 늘어나고 있어 신규 오피스는 임차인 구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에 빈 사무실이 빠르게 증가하자 새로 입주하는 회사가 인테리어 작업을 벌이는 1~2개월을 임대기간에서 빼주는 것은 물론이고 임대 기간 중 1년에 1~2개월씩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것이 이제 기본이 됐다. 작년 말 준공한 을지로에 있는 B빌딩은 임대료를 3년간 동결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었다. 그동안 오피스 시장에서는 매년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져온 것을 감안하면 완전히 '저자세' 계약이었다. 더구나 일부 세입자에 대해서는 3년 임대기간 중 첫 1년의 임대료는 받지 않기로 했다.

    '저스트알' 김우희 대표는 "고가의 대형빌딩에 입주할 만한 수요(기업)는 한정돼 있는데 임차인을 구하려는 건물주가 많아지면서 파격 혜택이 나오고 있다"며 "한 번 입주하면 2~3년간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기 때문에 건물주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까지 대형 오피스만 18개 들어서

    지난 3~4년간 서울의 오피스 시장은 빌딩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임대료가 꾸준히 올랐다. 그러나 저(低)금리 등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신규 오피스를 경쟁적으로 지으면서 올해부터 앞으로 5년 동안 20~50층의 대형 빌딩만 18곳이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중구 수하동 센터원빌딩, 서초구 서초동 GT타워 등이 준공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시그니처타워, 스테이트남산빌딩, YG빌딩 등 대형 오피스 빌딩 3곳이 새롭게 들어선다.

    문제는 연간 30만㎡ 정도로 추산되는 오피스 신규 수요보다 공급 물량이 2배 가까이 많다는 점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2008~2009년에 연간 약 13만~16만㎡씩 지어졌던 오피스 공급량이 2010년 이후 매년 32만㎡, 56만㎡씩 입주를 시작한다. 그 여파로 2008년 0.5%까지 내려갔던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5.1%를 기록했고 올해는 7.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오피스 투자 수익률 악화

    그동안 연간 5~10%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뒀던 투자자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9년 약 400억원의 임대수익을 올렸던 서울역 주변에 있는 C빌딩은 지난해부터 빈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수익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공실률이 거의 '제로(0%)'에 가까웠던 광화문 D빌딩도 20%대 이상으로 높아졌다.

    공실률 증가에 따른 파격적인 임대 조건은 오피스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알투코리아' 김태호 이사는 "신규 오피스의 파격적인 제안으로 임차인들의 이동이 많아지면서 재계약을 앞둔 기존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하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기 회복과 함께 대기업의 신규 사업 진출 등으로 오피스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에서 2~3년 뒤 임대료가 다시 오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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