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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중대형의 굴욕

    입력 : 2011.05.09 03:48

    "집값 오른다는 보장없는데 무리할 필요 없다" 분양권 매물 속속 나와

    주택 재개발 사업이 한창인 서울 중구 만리동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박모(65)씨. 그는 최근 다른 동네로 이사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난 3월 일반 분양에 앞서 실시되는 조합원 분양에서 소형(전용면적 59㎡) 아파트를 신청했지만 떨어졌다. 대신 전용면적 83㎡를 배정받았다. 소형은 143가구밖에 없는데 조합원 780여명 중 280여명이 소형을 신청하는 바람에 토지 지분이 적은 박씨가 큰 아파트로 밀려난 것이다.

    박씨는 "83㎡는 분양가가 6억원에 육박하는데 지금 내 집값은 1억3000만원 정도여서 4억원 이상 추가 부담금을 내야 한다"면서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도 없어서 분양권을 팔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소형을 배정받지 못한 조합원들이 내놓은 매물이 20여건을 넘는다.

    한때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에게 인기가 높았던 중대형 아파트가 이젠 찬밥 신세다. 최근 중대형은 집값이 떨어지는 반면 소형은 거래도 잘되고 시세도 강세를 보이면서 조합원들의 중대형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소형주택 찾는 조합원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화곡3지구 재건축 아파트인 '강서 힐스테이트'(2603가구)는 이달 말 884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 주택이 전체의 80%인 698가구나 된다. 소형(186가구)보다 4배쯤 많다. 이 아파트 분양소장은 "중대형을 배정받은 조합원 중 일부는 추가 부담금 때문에 분양권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역삼동의 재건축 아파트인 '개나리 SK뷰'의 경우 전체 조합원(192명) 중 20명이 배정받은 대형(127㎡) 아파트를 포기하고 자신의 지분에 해당하는 만큼 현금으로 청산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합원들이 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이유는 추가 부담금이나 입주 후 관리비 등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실속파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발코니 확장으로 소형 주택의 실거주 면적이 늘어나고 집값도 중대형보다 강세인 것도 원인이다. 서울 금천·동대문·동작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소형 주택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중대형보다 높다.

    중소형으로 설계 바꿔

    사업 초기 단계의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중대형 주택을 줄이고 소형을 늘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차' 재건축조합은 소형 신축 물량을 300가구 이상 늘렸다. 대형 주택의 크기도 143~238㎡에서 113~184㎡로 줄였다.

    서울 상일동 고덕주공 재건축 사업을 비롯해 성북구 장위동·노원구 상계동·서대문구 충정로 등지의 재개발조합도 소형 위주로 설계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은 중대형이 굳이 필요없는 중·노년층이 대부분"이라며 "주택경기 침체와 1~2인 가구 증가 등을 감안하면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의 소형 주택 선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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